현대차 근로자의 통상임금 충족 여부에 대한 판결이 연기된 것은 소송 근로자에 대한 정기상여금 지급기준이 달라 재판부의 확인 요청이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법원이 같은 현대차 소속이라도 근로자마다 다른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내년 3월 말까지 임금체계 개선을 논의하기로 한 노사합의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물론 통상임금 둘러싼 노사 간 첨예한 공방이 재연돼 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13일 "재판부가 판매·정비 부문 근로자의 상여금 지급 기준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통상임금 1심 선고가 연기됐다"고 전했다.
당초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근로자 23명이 제기한 관련 소송에 대해 지난 7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다. 소송 당사자인 근로자 23명 중 판매·정비 소속은 총 4명이며 전체 조합원 중에서는 20% 수준인 9,500명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근로자는 지난 1999년 현대차에 흡수합병된 현대자동차써비스 소속이었다. 이들의 상여금 지급기준이 현대차의 기존 근로자와 다른 것은 합병 전 회사의 세칙을 그대로 적용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자동차써비스의 세칙에는 현대차와 달리 '(상여금 지급 기간인) 두 달 동안 15일 이상 일한 경우에만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따로 없었다.
1월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발표한 노사 지침에서 △재직자에게만 상여금을 주는 경우 △일정 근무 일수를 채워야만 상여금을 주는 경우 모두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 노사는 다음달 1심 선고에서 소송 근로자마다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충족 요건인 '고정성'에 대한 해석이 달라 산업 현장에 혼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같은 회사의 근로자임에도 상여금 지급 기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경우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와 산업계 전체의 이목이 쏠리는 현대차 소송에서 근로자마다 다른 판결이 나오면 관련 소송도 덩달아 급증하면서 소모적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연간 추가 부담액이 현대차는 약 1조원, 현대차그룹은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여금뿐 아니라 3년치 소급분까지 지급하게 되면 첫해 추가 부담액은 5조원, 13조2,000억원까지 치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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