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안산 단원고에 따르면 학교 홈페이지에는 2학년 학생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학부모에 자녀 교육내용과 일정안내 등을 담은 공지문을 띄웠다. 이 공지문은 지금까지 내리지 않고 올라와 있다.
학교장 명의의 공지문에는 학교장 인사말과 함께 수학여행 자녀 교육내용과 일정 안내 등이 담겨 있다. 공지문에는 "날로 따스함을 더해 가는 푸르른 봄빛 계절을 맞이하여 단원가족의 건승과 모든 가정에 항상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한다"며 "가정에서 학교와 뜻을 같이하여 자녀들에게 안전을 위하여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음의 내용을 자녀에게 주지시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돼 있다.
이와 함께 학교 측은 "(이번 여행이) 견문을 넓힘과 동시에 우리 역사의 깊이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으며 안전하고 유익한 수학여행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수학여행 학교 출발시간은 15일 오후4시30분이고 도착시간은 2학년 1~5반은 18일 오후4시, 6~10반은 오후5시50분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대규모 학생들이 선박을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데 비상사태에 대비한 행동요령을 지도해달라는 당부는 전혀 없었다. 11가지 지도요청 가운데 안전 관련은 '차량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선박과 관람시 위험한 장소에 들어가서는 안 되며 위험한 놀이는 삼가도록 지도 바란다'는 항목뿐이다. 이와 함께 사고나 위험한 행위 발견시 담임교사에게 알릴 수 있도록 지도 바란다는 게 고작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지도항목 가운데 첫번째가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지도 바란다'는 것이다. 특히 개별행동 금지, 교복 착용, 고운말 사용 등 대부분 여행지에서 학생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선박안전 등과 관련된 지도사항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학생들 안전보다 학교 체면을 더 중시한 대목으로밖에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안전에 너무 무책임하고 무관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 공지문이 사고 이후에도 버젓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어 생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또 한차례 정신적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안산의 한 학부모인 박모(48)씨는 "학교 홈페이지는 수업에 필요한 각종 공지사항이 게시돼 있어 학생과 학부모가 자주 찾는 곳"이라며 "예전에 공지된 수학여행 안내문을 보면서 희생된 선후배와 친구를 떠올려야 하는 학생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시민 김모(37)씨는 "학교 측도 갑자기 사고를 당한 상황에서 정신이 없겠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를 배려하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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