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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人口의 정치경제학
입력2005-08-29 16:51:08
수정
2005.08.29 16:51:08
강창현<문화레저부장>
미국의 젊은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은 최근 내놓은 저서 ‘괴짜경제학(FREAKONOMICS)’에서 인구정책이 일정한 시간을 경과한 후 어떠한 사회적 파장을 초래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책 이름 그대로 정상적인 분석이 아닌 ‘괴짜’지만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지난 2000년 들어 미국 청소년 범죄가 감소한 것과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이 비참하게 몰락한 원인(遠因)이 인구문제에 있다고 해석한다.
“90년대 초 미국 사회는 청소년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클린턴 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범죄 타파에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청소년 범죄율이 급전직하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경기회복ㆍ치안정책에 그 공을 돌렸다. 하지만 레빗의 분석은 다르다. 20년 전 댈러스에 살았던 21세의 여성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알코올 중독에 마약까지 복용하던 그 여성은 세번째 아이를 임신하자 낙태를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낙태는 불법이었다. 그 여성 때문에 촉발된 낙태합법화운동은 73년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이로써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 아이들의 출생률이 줄어들어 그만큼 청소년 범죄율이 감소했다.”
“루마니아 공산당 서기장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66년 “태아는 사회 전체의 재산”이라며 낙태금지를 선포했다. 그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은 국가지속성의 법칙을 포기한 배신자라고 주장했다. 낙태가 금지된 후 1년 만에 루마니아의 출산율은 두 배로 늘어났다. 이로써 당시 태어난 아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80년대 말 동구권의 사회주의가 몰락할 즈음 루마니아의 수많은 인파는 ‘차우셰스쿠 타도’를 외쳤고 그는 그해 크리스마스 총살에 처해졌다. 그의 몰락을 주도한 층이 바로 낙태금지 이후의 젊은이들이었다.”
모든 사회현상은 인간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인구문제가 야기하는 사회적 파괴력은 엄청나다. 출산ㆍ성장ㆍ사망이라는 조화로운 흐름은 사회를 풍요롭게 하지만 이러한 순환이 어긋나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로 세계 최저이고 생산활동 인구 또한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다. 이는 박정희 정부가 보릿고개 극복 차원에서 60년 말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온 가족계획의 결과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모토가 여성의 사회참여, 사교육비 증가 등의 사회적 원인과 맞물려 저출산 추세를 초래했고 이제 우리 눈앞에는 노령사회가 다가와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연금재정은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이와 관련된 사회ㆍ경제ㆍ정치적 갈등 또한 예상치 못할 만큼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아직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을 맞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동안 임금 피크제, 노년층 재교육 등 노후소득보장방안을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으나 아직 성과는 미흡한 형편이다. 젊은이들마저 일자리가 없어 허덕이는 판에 누가 장년ㆍ노년층을 걱정하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분명 준비해야 할 때다. 정부나 대기업들이 앞장서 고용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고용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20~30년 후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고용률 저하로 우리 사회가 메가톤급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낮은 고용률’ 보고서에서는 우리가 어떤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동안 중고령자는 우리 고용구조의 장점이었지만 최근 고용주가 이들의 고용을 기피하면서 상당수가 재취업을 포기하고 있다. 이들의 고용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공 시스템이 재고돼야 하며 구인구직망의 활용도 필요하다. 취약계층의 고용률을 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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