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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일부를 분리해 세를 놓을 수 있도록 한 부분임대 아파트가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을 계속 늘리겠다는 방침이어서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본격적으로 공급된 부분임대 아파트 중 상당수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서해종합건설이 경기 용인시 중동에서 분양한 '신동백2차 서해그랑블'의 경우 117㎡형 중 154가구가 부분임대로 공급됐지만 현재까지 절반가량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공급된 한진중공업의 광명시 광명동 '광명해모로 이연' 역시 부분임대로 지어진 141㎡형 46가구 중 20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부동산개발업체인 P사 관계자는 "아파트에 직접 거주하면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한 집에 산다는 것에 대해서는 수요자들이 아직 거부감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ㆍ지자체, 부분임대 도입 팔 걷어=부분임대는 업계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확대에 더 의욕적이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연초 2012년 업무계획에서 도시 내 부분임대 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한 건설ㆍ관리기준 마련에 나섰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6월부터 중ㆍ대형 아파트 일부 공간을 30㎡ 이하로 분할해 사용ㆍ임대하는 경우 부대복리시설을 1가구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분임대가구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가구 면적, 임대공간 면적, 부대복리시설 개념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최근 공공주택에 부분임대 아파트 구조를 도입하기 위해 3종류의 평면을 개발, 화성 동탄2지구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부분임대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울시다. 시는 지난 2008년 뉴타운을 시작으로 대흥2ㆍ돈암3ㆍ동소문2ㆍ보문3구역 등에서 500여가구의 부분임대 도입을 추진 중이고 흑석ㆍ북아현ㆍ신림뉴타운에서도 약 3,000가구의 부분임대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재건축 단지들 "부분임대 싫다"=하지만 정작 사업주체인 서울시내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은 부분임대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로부터 부분임대를 10% 이상 포함시킬 것을 권고 받은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재건축시 부분임대 건립은 권고사항일 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이 지역의 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부분임대를 원하는 조합원은 극소수"라며 "시는 '권고'라고 표현하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를 강제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진형 서울시 임대주택과장은 "앞으로도 (다른 재건축 단지들의) 정비구역 지정 때 부분임대 아파트를 일정 비율 포함시키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다만 각 구역 상황에 따라 부분임대 적용 비율은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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