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동산 지표 상황으론
금리 인상 불가피하지만 달러 강세 따른 역풍에 고심
신흥국 자금유출 가속화 우려도
동결땐 글로벌경제 위험 해석에 시장 불확실성 증폭 부작용
글로벌 금융시장이 17일 오후2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타전될 긴급 뉴스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운명의 한 주를 맞고 있다. 이곳에 자리잡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1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 여부를 발표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온 '칩 머니(cheap money)' 시대 종말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유출 가속화, 달러화 강세, 각국 자산 가격의 변동성 증가 등이 예상된다. 반면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그만큼 세계 경제 회복세가 위험하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등 파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딜레마 커지는 연준=현재 연준은 진퇴양난에 몰려 있다. 고용·부동산 등의 지표만 보면 대체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처지다. 미국의 올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3.7%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급속하지는 않지만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주가 등 미 자산시장에 거품이 더 부풀어 오르기 전에 제2의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선제조치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연준이 물가지표로 삼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들어 1.3%를 유지하다가 지난 7월에는 1.2%로 더 낮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중기 목표치인 2%에 도달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더 큰 문제는 금리인상의 시점이다. 지난달 11일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글로벌 증시에서 증발된 시가총액은 6조9,000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중국 경기둔화와 연준 금리인상이라는 양대 리스크에 신흥시장 불안감이 크다. 통화가치는 추락 중이고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탈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까지 가세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 등 일부 신흥국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에 위기 요인이 산적한 마당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화 강세를 가속화해 수출 감소,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 등 미 경제에도 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9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 불투명=이 때문에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이번주 금리를 올릴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월 금리인상을 전망한 비율은 46%였다. 지난달 설문 조사 때의 82%에 비해서는 급감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일대 분수령이 될 9월 FOMC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을 비롯해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은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에 시달리는 마당에 금리인상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연일 연준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많다. 어차피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최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페루 등은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주문했다. 미르자 아디티야스와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도 시장은 회복될 것"이라며 "한두 번 금리를 올리고 이후에는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