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 정도됐으면 대통령이 해명이든 설명이든 사과이든 하는 게 마땅하다. 이 전 의원의 혐의가 무엇보다 2007년 대선자금 의혹과 뗄래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전 의원과 관련된 풍문은 정권 출범이래 내내 무성했다. 장차관이나 공기업 사장을 하려면 반드시 그를 통해야 한다는 얘기는 소문 이상의 정황들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형을 너무 어려워한다고 해서 '상왕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계를 은퇴하고 해외자원개발에만 집중하기로 했지만 뒷말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를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만사형통'이란 말이 모든 것을 압축해서 말해준다.
지난해 말부터는 이 전 의원 자신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발 밑까지 차 올랐지만 여전히 최고 실세로서의 성역을 누렸다. 보좌관 박모 씨가 SLS그룹 이국철 회장에게서 6억5,000만원을 받은 사건도 그 중 하나다. 이 회장이 누구를 보고 박 보좌관에게 수억원을 주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검찰은 박 보좌관을 구속하는 선에서 그쳤다. 여비서 계좌에서 발견된 7억원도 마찬가지다. 2년 동안 입금된 이 돈의 의혹은 '집안 행사 축의금이나 부동산 매각대금을 모아 맡겨놨던 것'이라는 이 전 의원의 말 한마디로 그냥 묻혀졌다. 그는 한마디로 지난 4년여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면서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부정의 소지를 만들어냈다.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모든 사단이 대통령의 친형이기에 벌어진 것이다.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이 대선자금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국정에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왜 대통령으로서 그것을 통제하기 어려웠는지,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조사와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아무리 임기 말 사면초가에 처했다고 하더라도 당당한 풍모를 보여주는 것이 자신을 뽑은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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