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이 21일(현지시간) 고위공직자 인준안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차단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지렛대로 삼아 세를 과시하던 공화당의 입지가 줄어드는 대신 초당파적 중도 성향의 의원들이 활동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절차 표결이 상정됐을 때 가결 정족수를 종전 60명에서 51명으로 낮추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찬성 52표, 반대 48표의 근소한 차이였다. '핵옵션(nuclear option)'으로 불리는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현재 상원에서 55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언제든 차단할 수 있다. 공화당 단독으로 인준절차를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일반법안 및 대법관 지명자 인준안에 대해서는 차단 정족수가 현행대로 유지된다.
민주당이 이 같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고위공직자 인준안 처리가 공화당의 저지로 지연되는 일이 잇따르는 등 소모적 공방이 길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법안 처리를 지지하며 "내가 취임한 이래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서 주요 공직자 인준이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에 비해 평균 2.5배 늦어졌다"고 밝혔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 인준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168회 중 절반이 오바마 정부에서 벌어졌다"며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강력히 반발해 한동안 미 정치권의 경색이 우려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사법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 대부분을 가결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은 앞으로 자신들이 힘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더 결집해 정부에 저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과거 필리버스터 차단을 위한 정족수가 정원의 3분의2였으나 지난 1975년 이를 60표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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