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시 가이트너(52ㆍ사진) 전 미국 재무장관이 뉴욕 사모펀드 업체인 워버그핀커스에 취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워버그핀커스는 16일(현지시간) 가이트너 전 장관이 내년 3월부터 전략과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 재무, 홍보 등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대표 겸 이사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이트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을 맡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극복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국제통화기금(IMF)ㆍ뉴욕연방준비은행 등 공직에서 일해왔고 민간에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이트너 전 장관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설득에도 본인이 공직을 떠나 가족이 있는 뉴욕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가이트너 전 장관의 이번 결정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워버그핀커스는 자금을 빌려 회사를 인수한 뒤 해고 등 구조조정으로 성과를 극대화하는 바이아웃(차입인수) 펀드 가운데 하나로 골수 민주당원들에게는 '월가 탐욕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47년 역사의 워버그핀커스는 자산운용 규모가 350억달러에 이르지만 블랙스톤ㆍKKR 등 경쟁사와 달리 회사를 사적으로 은밀하게 운영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연봉의 상당 부분을 세율이 20%에 불과한 성과보수로 받는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가이트너 역시 재무장관 시절에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경영진의 성과보수는 자본이득으로 간주돼 최고세율이 교사나 소방수 등에 적용되는 일반소득세율 35%(현행 39.6%)보다 훨씬 낮다"며 세제상의 허점을 개혁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도 지난해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시절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으면서도 세금은 일반인보다 적게 냈다"며 집중 공격한 바 있다. 또 가이트너는 재무장관 퇴임 이후 올 6월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 강연 한번으로 20만달러를 받는 등 공직경험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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