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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의 낭만과 힐링의 물결 “서울모테트합창단 정기연주회”

바로크 시대의 교회음악부터 정다운 우리 가곡까지 <br> 국내 교회음악의 정수를 느끼다


깊어가는 가을,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과 영혼을 힐링하는 주옥같은 명곡들의 음악선율이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국내 교회음악의 선두주자이자 순수 정통합창음악의 자존심으로 평가받아 온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삶의 노래, 영혼의 노래>를 타이틀로 7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91회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풍요의 계절 가을을 맞아 삶의 여정 속에 기쁨과 슬픔, 경이로움을 영혼의 노래로 담아 청중들의 마음을 ‘힐링’했다.

특히 국내 무대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르네상스, 바로크, 20세기로 이어지는 교회 합창음악과 아름다운 우리 가곡까지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 교회음악이 클래식 무대로?…영혼의 ‘힐링’

바로크적 성향이 물씬 풍기는 Claudio Monteverdi(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Gloria(영광송) a 7 from Selva morale e spirituale’(도덕적이고 영적인 숲)으로 첫 무대를 열었다. 이 곡은 성악합주와 기악솔로의 대비효과를 강조한 협주양식으로, 한층 더 숭고한 선율을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교회음악의 대가다운 웅장함과 오페라의 극적인 힘까지 느껴지는 이 곡은 강렬한 첫인상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비교적 짧은 구성임에도 바흐의 통찰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Cantata BWV 150 “Nach dir, Herr, verlanget mich”(주여 나의 영혼이 주를 우러러보나이다)가 이어졌다. 반음계적 진행을 통한 악곡의 변화(템포, 리듬, 조성)가 두드러지는 이 곡은 청중들이 악곡의 흐름을 따라가며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합창의 역할이 돋보이면서도, 악곡의 다채로운 변화를 이끌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7번곡 ‘샤콘느’는 브람스 “Symphony No. 4 in E minor Op. 98 Fourth movement”(교향곡 4번 4악장)의 테마로도 사용된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 남성적이면서도 중후한 브람스가 여성합창곡을?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고전파시대 이후, 합창음악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 경험이 가장 풍부했던 작곡가 브람스의 여성합창곡 ‘Gesänge für Frauenchor Op.17’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합창지휘자로서 오랫동안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합창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가능성과 의미를 더욱 심층적으로 끌어냈다. 데트몰트의 공작집에서 여성합창단을 위해 작곡된 이 작품 이외에도, 그는 다양한 스타일의 합창 걸작품들을 다수 남겼다. 두 개의 호른과 하프에 의해 반주되는 악기 편성이 돋보이는 이 여성합창곡을 통해 청중들은 브람스 특유의 중후함과 서정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 20세기 현대 교회합창음악과 아름다운 우리 가곡으로 마무리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와는 달리 기존의 양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다양성’을 추구하는20세기 현대합창음악의 대가 ‘Randall Thompson, Stephen Carleston, Randall Stroope’의 작품이 청중들의 이목을 또 한 번 집중시켰다. 고전적인 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 탄생시킨 합창곡과, 애초부터 현대적 뉘앙스로 세련되게 작곡된 합창곡을 비교 감상하며 관객들은 합창음악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무대는 모두에게 익숙한 한국 가곡인 김현준의 ‘청산의 살리라’, 김동진의 ‘내 마음’,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등 최고의 명곡들로 꾸며져, 관객들에게 가을날의 정취를 느끼며 영혼의 치유까지 얻을 수 있는 뜻 깊은 추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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