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와 중구 등에 따르면 의료원의 서초구 원지동 신축·이전 계획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오는 2018년 건물 완공을 목표로 이전 예산 165억원을 확정되면서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예산이 정해진 것은 시가 2003년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에 대해 보상책으로 의료원 원지동 이전계획을 발표한 지 11년 만이다.
서초구와 의료원은 원지동 이전으로 공공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고 있지만 중구 등 인근 자치구들은 지역 서민을 위한 의료 서비스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구는 이날 종로구와 함께 이전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중구는 조만간 주민 4만5,000여명이 서명한 서명부도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등에 전달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환자 50만5,000여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의료급여 대상자, 노숙인, 장애인 등 의료취약 계층은 34만3,000여명으로 전체의 68%에 이른다. 특히 외래환자 중 종로·성동·중구 등 강북 지역 주민 비중이 56%를 차지해 대체 의료시설 없이 이전하면 지역사회 서민의 건강권 침해가 불 보듯 뻔 하다는 게 중구와 주민들의 주장이다.
서울시와 복지부도 의료공백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복지부는 을지로 의료원 부지를 매각하지 않고서는 원지동에 신축비용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인 만큼 시와 중구가 의료 서비스를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고 입장이지만 해당 자치단체는 예산 문제를 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서울시는 연간 80억~100억원의 운영예산을 투입해야 된다"며 "현재 재정여건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구는 의료원 이전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접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상태다. 일부에서는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원 존치가 아니더라도 지역보건소 확대 등을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구와 인근 자치구들은 기존 의료원과 같은 규모의 대체시설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이전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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