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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원전과 핵무장… 두 얼굴의 일본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교수

日 앞으로는 탈원전 뒤로는 핵무장

한미 원자력협정 불평등조항 개선필요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멈추었던 핵연료재처리공장의 추가공사를 최근 승인했다. 원전 폐지론이 번지고 있는 여론과는 반대로 일본정부가 핵무기로 전용할 수도 있는 시설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그렇잖아도 일본정부는 앞서 원자력기본법에 ‘국가안전보장’이란 조항을 보태 장기적으로 핵무장 가능성을 터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터다. 이미 30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핵폭탄 수천 개를 제조할 수도 있다.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 약 30㎏에 비해 1,000배의 위력이다.

몬주는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딴 것. 고속증식로는 상용원자로에선 쓸모없는 천연 우라늄이 빠른 중성자와 결합해 플루토늄으로 바뀌기 때문에 군사용으로 돌려쓸 수도 있다. 우라늄-플루토늄 혼합연료를 넣어 운전하면 더 많은 연료를 증식해낸다는 점에서 한때 꿈의 원자로로 불렸지만 연이은 사고와 기술적 난제로 미국ㆍ영국ㆍ프랑스는 상용화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인도ㆍ중국ㆍ러시아 등이 고속로를 개발, 운영 중인데 모두 발전용과 군사용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일본정부가 사고 위험성이 높고 상용 가능성이 낮은 몬주를 천문학적 자금을 부어가며 유지하는 것은 핵보유 잠재능력 확보라는 복선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

몬주 고속증식로는 액체금속인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데 소듐은 물이나 공기에 닿으면 폭발해 물을 냉각재로 쓰는 경수로원전보다 위험하다. 일본정부가 1985년 착공해 1995년 8월부터 가동했으나 그해 12월 소듐 누출사고로 운전을 멈췄다. 그 후 2010년 5월 재가동했다가 8월 사고로 이제껏 가동을 중단해 왔다. 꿈의 원자로가 ‘돈의 도가니’로 전락한 것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고속증식로를 연구했다. 핵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을 감안해 이를 용인했던 것. 일본은 1987년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경제적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원자력협정을 개정했다. 농축은 물론 재처리를 전면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과는 사뭇 대조되는 상황이다.

서서히, 그렇지만 분명히 핵무장을 겨냥한 일본의 저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헌법을 손보더니 이내 핵물질처리 기반까지 다졌다. 1945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을 맞은 일본이 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도 버리겠다면서 뒤에선 핵물질을 손에 넣겠다는 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이 이렇게 나가는 건 북한이 실마리를 제공한 건 아닐까. 북한이 핵 보유를 새 헌법에 써 넣고 세 번째 핵실험까지 준비하자 일본은 내심 북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국이 북핵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사이 일본은 핵무장 수순을 은밀히 밟아가는 것이다.

지난 5월5일 일본은 원전이 모두 가동을 멈추어 처음으로 원자력 없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정기점검을 위한 것인데다 일본정부도 재가동을 계획하고 있으니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의 생각이 바뀌면 언제라도 원전을 다시 돌릴 수도 있다. 경제불황, 고용불안, 전기부족을 이유로 원전 재가동을 주장하는 기업과 정부의 반격도 거세질 것이다. 최근 심상찮은 일본의 두 얼굴을 지켜보며 정녕 핵 없는 세상이 올 수 있을지 착잡해진다. .

북핵ㆍ일핵ㆍ중핵이라는 명약관화한 동북아 핵무장 삼국지에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릴지도 모른다. 이젠 우리도 한미 원자력협정의 불평등조항을 빼고 현행 40년의 기간단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핵무장이 아닌 원자력을 위해 홀로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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