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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자 잡고 경제 죽이는 복지증세의 독성

소비위축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은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개월 만에 0.5%포인트나 낮추면서 내수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당초 2.8%에서 2.2%로 낮췄다. 자영업자ㆍ서민에 이어 부자들까지 지갑을 닫을 정도로 소비위축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백화점의 상반기 명품 매출 신장률은 한자릿수로 추락했고 대형차나 프리미엄 가전제품도 하나같이 판매부진에 허덕일 정도로 경기가 죽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끄떡없었던 부자들이 요즘 지갑을 닫는 것은 정치권의 무분별한 증세 논의와 반부자정서 확산의 영향도 크다고 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며 비교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리려고 한다.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주식 양도차익에도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한술 더 떠 최고 소득세율 과표구간을 낮추고 법인세도 상향 조정하겠다고 나섰다.

지금 대내외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이런 터에 대대적인 복지증세론이 득세한다면 내수소비는 더 얼어붙고 다시 경기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기업이나 고소득층은 무차별적인 정책 포퓰리즘을 가장 꺼린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고소득층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고 나선다면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주저하고 부자들은 돈을 감추거나 돌려놓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자증세가 효과는 의문시되고 투자심리 위축과 자산 해외도피만 조장한다는 사실은 이미 숱한 나라에서 입증됐다. 프랑스의 경우 새로 집권한 사회당이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부자들의 엑소더스가 현실화하고 산업공동화까지 빚어지고 있다.



소비는 투자 및 수출과 함께 경제의 3대 축을 이룬다. 한은은 우리 경제에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진 만큼 내수 부문의 중요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시장이 어려워지면 내수시장 활성화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같이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시기에 기댈 곳은 부자들밖에 없다. 그들이 국내에서 돈을 써야 서민경제도 숨통이 트인다. 정치권은 맹목적인 부자 때리기를 중단하고 경제 전체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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