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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2기에 대한 성과와 개선 그리고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는 좌담회가 서울시교육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는 조한상 한국은행 국장 등 5명의 강사들과 정미연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팀장과 도서관 인문학 강좌 담당 사서 그리고 기획을 맡은 백상경제연구원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롯데그룹이 후원한 이번 고인돌 2기는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지난 2014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에 걸쳐 31개 강좌가 열렸다. 31개 강좌 중 중고등학생을 위한 강좌 12개가 서울시 학교 13곳을 찾아가 학생들에게 교과과정 외의 다양한 지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기 고인돌에서는 지난 1기 고인돌에서 실시한 수강생들의 만족도 조사결과와 평가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하여 인문학의 본령인 문학, 역사, 철학 외에 다양한 학문과의 연계를 통한 융복합적인 프로그램을 더 많이 선보였다. 특히 경제사 및 경제학 관련 강좌 등을 개설해 중장년 남성층이라는 새로운 도서관의 이용자들을 찾아내는 데에도 효과를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평가회에서는 고인돌 2기를 통해 공공도서관의 인문학강좌가 보다 깊이있고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박홍순 작가는 “공공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가 시작된 것은 6~7년 전인데 그 이후 들불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지자체 복지센터, 백화점 문화센터 등 전국적으로 인문이라는 타이틀을 내 걸고 강좌가 개설되고 있다”며 “공공도서관에서 고인돌이 보다 특화된 강좌로 자리잡으려면 이제는 심화된 내용을 주제로 한 강좌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미연 팀장은 “과거와 달리 일반 시민들의 지적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서 공공도서관에서도 수준 높은 고급 인문학 강좌를 개설해도 수강생들이 많이 모인다”며 “정독도서관에서 철학관련 협회와 공동으로 2일에 걸쳐 전문 포럼을 개최했을 때에도 기대 이상으로 시민들이 많이 호응을 해서 더 이상 쉬운 강좌를 개설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사서들이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여성사를 전공한 정창권 고려대 교양교직부 교수는 미시사로 거시사를 아우르는 강좌도 필요하다고 했다. “고전이라는 분야가 방대한데 역사를 보는 스펙트럼이 왕이나 양반 등 지배층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이제는 여성, 장애인 등 서민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화하고 있다. 실제 고인돌 강좌를 들었던 수강생들에게 강좌 후기를 물어보면 대부분 미시사에 대한 기억을 많이 언급했다. 역사와 문학, 역사와 경제 등 보다 다양하고 융복합적인 강좌가 개설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시대적인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박경희 개봉도서관 사서는 “요즈음 도서관 이용자들은 주제별 심화강좌를 개설해 달라는 요청이 실제로 많다”며 “일반적인 인문 강좌 보다는 강독 프로그램 등 한가지 주제를 깊이 다루는 강좌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남산·송파 도서관에서 ‘미술로 각인된 세계사의 사건들’을 맡았던 조은정 한남대 교수는 “남산도서관에서는 직장인들이 꽤 많았는데 퇴근 후에 그들이 도서관을 찾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도 아닌데 그렇다면 교양으로의 미술, 그들의 궁금증은 무엇일까 등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됐다”며 “도서관 인문학 강좌를 찾아오는 일반 시민들의 지적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기 위해 강의 내용을 새롭게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로 찾아가는 인문학 강좌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중산고에서 ‘신통방통 경제이야기’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던 조한상 한국은행 국장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고등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았을 텐데 실제 강의를 해 보니 학생들의 수준이 대학생 못지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경제학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간 덕분에 학생들의 호응도 상당히 높았다. 대학생 강의보다 보람도 컸다”고 평가했다.
정미연 팀장은 “고인돌이 도처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좌와는 차별화하기위해 중고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설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학교와 연계해서 제공하고자 한다”며 “프로그램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가 같이 참가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백상경제연구원과 함께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홍순 작가는 “그동안 학교에서 들어온 강의 요청이 꽤 있었지만 전부가 자사고, 혁신고였으며 일반고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며 “일반고 학생들에게도 고인돌과 같은 인문학 강좌가 더 많이 개설되어 인문학에 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방현희 작가는 “공부 잘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중에서 관계지향적인 아이들은 공부에 소외된 학생들이었다”며 “이들이 겉으로는 모범적이지 않아보일 수 있지만 내면에는 사람들과의 관계, 인문학적인 관심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이런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문제제기와 문학적인 사고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며 희망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문학 강좌가 중고등학교로 찾아갈 때 주의할 점도 제기되었다. 특히 학교에서 진행되는 외부특강은 성적순으로 신청자들을 모집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7년째 서울시교육청 학무모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은정 교수는 “인문학 강좌의 목표가 창의적인 사고와 성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 진행하는 외부 특강은 성적 상위 그룹에게만 그 혜택이 집중되어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아예 기회조차 얻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학교에서 진행되는 특별활동 전부가 생활기록부에 게재 대상인 탓에 학교에서 진로 등과 연계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려는 경향을 미리 알고 있고 고인돌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평가회에서는 교양 인문강좌 프로그램의 비전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창권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인문학 교양강좌 운영의 비전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까지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제공하지만 중학교부터는 학생들이 입시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실제 한해 취업에 성공하는 청년들의 숫자는 전체 3.1%에 불과한데도 나머지 97%가 똑같은 삶을 강요받고 있다. 상상력을 키우는 길과는 동떨어진 입시 혹은 취업 위주의 강요된 공부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교육정책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고인돌과 같은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자기 스스로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본질이 되어야 한다”며 “세상은 넓고 생각할 것도 많고 우리의 삶이 다양하니까 그 중에서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도록 안내하고, 그 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바로 고인돌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정미연 팀장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보다 심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일반 학생들은 인문학 강좌의 수강 기회를 놓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겠다”며 “1기, 2기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3기 고인돌은 강좌 내용의 깊이를 더해가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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