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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이율배반에 SH공사 냉가슴

빚 줄이라면서 임대주택 공급 늘리라니…


SH공사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부지로 불리는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6~8월께 총5,179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중 국민임대주택과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3,700여가구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SH공사로서는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이익을 내 빚을 갚고 싶지만 임대주택을 확대하려는 서울시의 방침 때문에 임대주택 비중을 늘려 잡았다. 임대 대신 분양주택을 1,000가구 늘리면 2,500억~3,000억원의 매출 증대가 가능하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채무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서울시의 정책에 SH공사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가뜩이나 과중한 부채에 짓눌려 있는 지방 공기업의 재무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물량 확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시는 올해 2만4,982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예정인 가운데 이중 1만3,569가구를 공공건설형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건설형의 비중이 약 54%로 절반이 넘는다.

SH공사는 2월 양재동과 우면ㆍ도곡ㆍ가양동에서 370가구를 공급한 데 이어 6ㆍ9월에 마곡ㆍ세곡2ㆍ내곡ㆍ천왕2ㆍ신내3지구 등지에서 총 5,723가구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837가구에 비해 7배 가까이 늘어난 물량이다. 또 국민임대주택도 3,781가구를 새로 지어 공급할 계획이다.

SH공사는 지난해 임대주택사업에서 1,971억원의 손실을 냈다. 매일 5억4,800만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방침대로 건설형 임대주택을 더 늘릴 경우 적자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공익성과 수익성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은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말했다.

전ㆍ월세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을 확대하려는 서울시의 정책기조는 이해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이 시 부채의 67%를 차지하는 SH공사의 채무감축 계획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SH공사의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2조5,882억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건설형 임대의 경우 수익이 날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국고 지원을 늘리거나 회사채 발행기준 완화를 통해 SH공사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전문가는 "빚을 줄여야 할 SH공사에 지을수록 적자가 나는 건설형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면서 "건설형 임대 보다는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정비사업 매입형이나 역세권 시프트 등 민간을 끌어들이는 공급은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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