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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유력 대권후보자들의 무덤일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면서 닮은 꼴을 보였다. 두 사람은 모두 중앙 정치권 바깥에서 성장한 신진 주자로서 총리에 발탁됐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흠이 드러나며 ‘거품’이 꺼진 것. 하지만 정 전 총리는 당시 야당의 불참 속에 인사청문특위와 본회의를 통과해 김 후보자도 마찬가지 전철을 밟을 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닮은 꼴 ‘양파 총리’=두 사람은 인사청문회에서 스폰서 논란에 휩싸였다. 정 전 총리는 서울대 총장 시절 한 기업가에게 용돈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추궁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건설사 대표에게 빌린 돈 7,000만원을 갚았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뇌물 수수가 아니냐는 질타를 들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처음에는 부인했다가 증거가 나오자 ‘기억이 나지 않았다’며 말을 바꿔 거짓말 논란을 빚었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데 뚜렷한 반박 증거를 내밀지 못한 점도 같다. 정 전 총리는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시기에 예금액이 3억원 이상 불어난 이유를 입증하지 못했고, 김 후보자 역시 2억6,000여 만원 가량의 재산 증가액에 대한 명쾌한 근거는 없이 다만 “계산방식이 달라서”라면서 가까스로 넘겼다.
총리로 지명 돼 청문회를 거치기 전후를 기준으로 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야권과 친 박근혜 계의 미묘한 시선도 일치한다. 정 전 총리는 17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영입하려 했었던 만큼, 정 전총리의 내정 소식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당혹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이 의혹을 헤집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과거 영입 실패를 안도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정 전총리에 이어 김 후보자 역시 ‘박근혜 대항마’ 로 경계했던 친박계는 이번 청문회에서 오히려 김 후보자의 문제가 더 많았던 것 아니냐는 표정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김 후보자는 나라의 세비를 받는 공직자인데 교수 출신인 정 전 총리보다 의혹이 더 많다”고 꼬집었고, 다른 친박계 의원은 “이번 개각 대상자 가운데 제일 문제가 김 후보자”라고 일갈했다.
◇세종시 vs. 박연차=두 사람의 도덕성 의혹은 비슷했지만 대표적인 쟁점에선 차이가 났다. 정 전 총리는 세종시 원안 반대 입장을 집중 공격 받은 반면, 김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 관련 의혹이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김 후보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접대 및 돈을 받았다는 정황에 대한 답변을 하루 만에 바꿔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한나라당 의원은 “정 전 총리 때는 세종시 소신에 대한 정책 질의가 이어졌지만, 김 후보자는 정책을 묻기 전에 각종 의혹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정책을 검증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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