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3대 핵심전략의 하나로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언급한 바 있다. 우리 경제의 기존 성장방식은 한계에 부딪혔으며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해답은 창조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 불안할수록 실패 회피에 급급
이에 정부는 이달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행과제 59개를 발표했는데 그 중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창조경제 구현, 미래대비 투자, 해외진출 촉진 등을 위한 25개 과제를 제시했다. 그 내용은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투자자금의 선순환 유도, 융합신산업 육성, 국가 R&D 투자 확대, 친환경에너지 신산업 육성, 전략적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등으로 경제 전반에 걸친 다양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혁신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고용안정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1970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4개국에 대해 고용안정과 혁신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근로자의 해고요건을 엄격히 규제하는 국가 및 시기에 기업의 특허권 신청건수가 증가하고 인용건수로 평가한 특허의 영향력도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영국은 1987년 근로자의 해고를 더욱 어렵게 하는 법률을 도입했는데 그 이후 특허권 신청건수와 인용건수가 각각 1.3%와 1.6% 증가했다.
한편 1971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근로자의 해고를 엄격히 규제하는 법률이 도입된 주들의 경우 법률 도입 이후 특허권 신청건수와 인용건수가 각각 12%와 19% 증가했다. 이러한 혁신의 결과는 신규기업 수가 12% 증가하고 고용이 8%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벤처캐피털이 투자기업의 초기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클수록 해당 투자기업의 특허권 신청건수와 인용건수가 보다 많으며 단기적인 실패를 용인하고 장기적인 성공을 크게 보상하는 구조가 혁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단기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성과가 큰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실패에 대해 관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단기실적 여부에 따라 해고될 가능성이 클 경우 근로자들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작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존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 성과 경주토록 고용안정화 필요
따라서 근로자들이 단기간에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큰 이익이 기대되는 새로운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과 장기적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앞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생산성 향상이 매우 중요하며 생산성 향상의 핵심에는 혁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경제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정부에서 고려하고 있는 경제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고용구조를 만드는 일에 노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