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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EC 릴레이 정상회담] "오바마, 김정은에 친서 전달"

■ 北 억류 미국인 모두 석방

남북 신뢰 약화 속 북미관계 급진전 땐<br>정부 한반도 정세 주도권 잃을 우려도


북한이 억류했던 미국인 2명을 한중·한미 정상 간 연쇄 회담을 목전에 둔 지난 8일 전격 석방,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북미 간 대화 채널이 가동되면서 북미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8일 북한에 억류됐던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가 전격 석방됐다고 밝혔다. 두 미국인은 이날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함께 평양을 떠나 미국령 괌 공군기지를 거쳐 이날 밤 늦게 워싱턴주 매코드 공군기지로 귀국했다. 배씨와 밀러씨는 둘 다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라는 죄목으로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으며 북한에 억류된 지는 각각 2년, 7개월째였다. 앞서 북한은 또다른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지난달 21일 석방한 바 있으며 이로써 그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억류했던 미국인들을 전격 석방한 데 대해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논의 및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에 따른 정치·경제적 고립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려는 목적이 혼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미국과 중국 정상이 북한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석방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유엔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다. 9월 유엔 총회에 리수용 외무상을 보낸 데 이어 최근에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초청했다.



특히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중(10일), 한미(11일), 미중(12일) 간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석방을 결정함으로써 북미·북중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큰 틀에서 미국과 중국을 향해 관계개선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현재의 압박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인 석방을 위해 클래퍼 DNI 국장이 방북한 것을 계기로 북미가 추가 접촉을 할 수 있으며 남북 대화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북미관계가 급진전할 경우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관계 개선의 단초가 마련되면서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으며 '통미봉남'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가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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