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공항에 도착해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한 데 이어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세월호 사고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달함에 따라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등 세월호 관련 후속조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세월호 사태로 가슴 아파하고 있는 유가족과 한국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치유'의 말을 건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을 통해 한국 지도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친서를 전달하거나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고위인사를 통해 초청 의사를 전하는 방식으로 교황의 방한을 네 차례 요청하는 등 교황의 한국 방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데 있어 교황이 가지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교황, 한반도 평화 '전령사'로 나서=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10시36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직접 서울공항에 영접을 나간 박 대통령은 "교황 방한을 계기로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마음속에 (그러한 뜻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황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20분간 가진 면담 및 연설에서도 남북 간 화해를 기원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한다는 뜻을 한국 국민들에게 전했다. 교황은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교황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정치적인 이슈는 자제하면서 인도적인 교류를 강조하며 남북 화해에 대한 깊은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3월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서는 "한반도가 차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화해정신이 성숙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1월 외교단 신년 하례 메시지에서는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이 내려지기를 하느님께 간청하고 남북한 당사자가 가능한 해결방안을 부단히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기원했다.
청와대는 교황이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달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 실현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이산가족 상봉, 포로 송환을 제안하는 한편 자원 공동 개발 등 경제협력 청사진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유가족과 한국 국민들 위로=교황은 세월호 사태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는 유가족과 한국 국민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서울공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과 인사하면서 손을 맞잡고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국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한국 사회의 갈등치유를 기원했다. 교황은 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앞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을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교황이 세월호 사태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갈등치유에 대한 희망을 피력함에 따라 정치권에서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등 세월호 관련 후속조치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교황 방한이 당리당략에 휘말리며 국민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우리 정치권에 '죽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황은 방한 기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명동성당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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