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25ㆍKB금융그룹)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못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해낼 수 있을까.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말 그대로 한 해에 그 해 열린 메이저 4개 대회를 싹쓸이하는 것이다. 1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US여자오픈을 포함해 올 시즌 치러진 3개 메이저 대회를 전부 우승한 박인비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1승만을 남겨뒀다. 전날까지 10언더파로 4타차 단독 선두였던 박인비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두 개와 보기 4개로 2타를 잃고도 4타차 우승을 지켜냈다.
지난해까지 4대 메이저 대회(나비스코 챔피언십ㆍ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챔피언십ㆍUS여자오픈ㆍ브리티시여자오픈)였던 것이 올해 LPGA가 에비앙 챔피언십을 메이저대회로 격상시킴에 따라 5대 메이저로 바뀌었다. 하지만 박인비는 남은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중 한 대회만 우승해도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PGA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교통정리’에는 나서지 않고 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남은 두 개 메이저 중 1승만으로도 캘린더 그랜드슬램이 완성된다는 식으로 언급하고 있다.
◇골프의 성인만 이룬 캘린더 그랜드슬램=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여자골프뿐 아니라 남녀를 통틀어 골프 사상 전례를 찾기가 힘들다. 지난 1930년 US오픈ㆍ브리티시오픈ㆍUS아마추어ㆍ브리티시아마추어를 싹쓸이한 ‘골프의 성인’ 보비 존스(미국)가 유일한 캘린더 그랜드슬래머로 기억된다. 하지만 마스터스ㆍUS오픈ㆍ브리티시오픈ㆍ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으로 메어저대회 체계가 잡히기 전의 일이라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박인비가 브리티시여자오픈이나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우승한다면 역대 두 번째 ‘전설’이자 사실상 최초의 캘린더 그랜드슬래머로 또 다른 새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우즈도 다다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그는 지난 2000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에서 내리 정상에 올랐지만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5위에 머물러 1승이 모자랐다. 우즈는 대신 이듬해 마스터스 트로피를 들었다. 2000년 US오픈부터 2001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 4연승을 달성한 것. 이에 따라 ‘타이거슬램’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붙기도 했다.
◇5개 싹쓸이만 인정?= 여자골프의 경우 5개 메이저를 석권할 경우에만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1일 미국의 골프전문 매체 골프위크에 따르면 골프 역사가인 마틴 데이비스는 “메이저가 5개로 늘었다면 전부 우승해야만 그랜드슬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그랜드슬램이라는 용어는 카드 게임인 ‘브리지’에서 유래했다. 13점을 전부 얻어 테이블을 싹쓸이했을 때만 그랜드슬램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도 “5개 대회를 휩쓸어야 그랜드슬램”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인비는 “5승을 해버리면 확실해지겠지만 4승도 그랜드슬램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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