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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 접대와 권력


성범죄가 불편한 이유는 그 밑바닥에 힘의 관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물리력이 센 남성이 약한 여성을 수단 삼아 폭력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행위. 어떤 성범죄든 사건을 둘러싼 모든 사실관계와 상황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성 접대는 어떤가. 권력을 가진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을 물건처럼 바치는 행동은 권력관계의 또 다른 전형이다. 간혹 '여성이 성을 팔아서까지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비난이 인터넷 댓글 같은 익명성에 숨어 있지만 이는 사회 깊숙한 곳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권력과 힘의 불평등을 무시한 의견이다.

건설업자가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소식에 기가 찬 이유도 이 권력관계에 있다. 업자가 '후일을 도모하고자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별장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권을 얻는 것이라 사회적 성공을 할 수 있는 것이라 굳게 믿었던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약자인 여성의 성을 거리낌 없이 접대의 수단으로 썼을지 모른다. 별장에서 업자는 성공욕을 불태웠고 지도층은 권력을 즐겼다. 성행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판례가 드물어 처벌이 까다롭다는 사실도 이들은 알았을까.

접대를 받았다는 지도층의 명단은 지금 이 순간에도 늘고 있다. 검찰과 경찰ㆍ감사원ㆍ국정원ㆍ대학병원장 등 확인되지 않은 명단들이 나돌고 있다. 취임한지 일주일도 안 된 법무부 고위 인사는 성 접대 연루의혹을 받고 쫓기듯 직을 버렸다.



지도층의 성 접대 의혹을 접한 국민은 옛날도 아니고 요즘 같은 세상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나 묻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면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냉소해버리고 만 사람들도 있었을 수 있다. 사실 이 부류가 더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힘과 영향력을 가진 지도층, 권력의 단맛에 취한 권력자가 아직도 많다는 불신이 또 한번 확인된 것 같아 안타깝다.

경찰 수사가 진행돼 성 접대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그 기대가 이미 늦었다는 감을 떨치기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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