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준비 끝났다"… 초비상 걸린 한국군
유엔-북한 강 대 강 대치… 핵실험 땐 남북관계 악순환 불가피"중대조치" 트리거 조항 등 제재강도 세져북한 추가 도발 없으면 대화 모색할 수도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대ㆍ강화하는 결의안 2087호를 채택하고 북한이 이에 맞서 3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성명을 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성명에서 앞으로 물리적 대응조치를 천명하면서 '핵 억지력'을 포함한 군사력을 언급했다. 3차 핵실험도 경우에 따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일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한다면 남북관계는 현재의 냉랭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선 유엔 등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 이번 결의안에서도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중대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강화됐다.
이에 북한이 반발해 추가 도발을 한다면 유엔은 또 더욱 강한 제재를 내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에는 금융 제재 등 추가로 쓸 수 있는 제재 카드가 권고 수준으로나마 언급돼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우려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실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정세가 더 험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정치적 결심이 있으면 단기간 내에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큰 비중을 두지는 않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 정도 반응은 과거에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 유관 국가와 신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번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추가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김숙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안보리 회의 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핵실험의) 가능성은 있지만 전망보다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단호한 태도를 표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제재 국면이 좀 더 빠른 속도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을 기점으로 국면 전환을 위해 대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9ㆍ19 공동성명, 2ㆍ13 합의 등 지난 북핵 관련 합의들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으로 긴장 상황이 고조된 후 나왔다.
북한은 이날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도 대화 가능성을 아예 닫지는 않았다. 성명은 비핵화 회담은 없다고 선언하면서도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 보장을 위한 대화'는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2005년에도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며 6자회담 중단을 선언했으나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같은 해 3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면서 조건이 마련되면 6자회담에 참가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적이 있다.
나란히 새로 들어서는 한미 정부가 북한과 새로운 평화 체제 구성 등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도 있다. 제재보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대화 시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양국에도 북한과의 대치 국면이 지속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 안보리의 결의안은 지난해 4월 의장성명보다 높은 수준인 결의안이 채택됐고 "포괄적 그물식 제재를 할 수 있게 됐다(김 대사)"는 점에서 한미 모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재 내용상 새로운 제재 카드는 '촉구한다(call upon)'고 언급돼 있는 등 의무사항이 아니며 기존 제재를 확대하는 선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다. '촉구한다'는 문구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결의안을) 지키지 않은 경우 위반행위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엔 회원국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와 미국 등은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금융제재 등 양자 제재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한국과 미국ㆍ일본은 그런 조치를 하고 있으며 관련국들과 앞으로 협의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안보리 제재) 내용을 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실제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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