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 기관투자가에 사우디 증시 직접투자를 신의 뜻에 따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시장 변동성 및 주요 기업에 대한 경영권 간섭 등을 우려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금지해왔다. 또 시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원유·금융회사들은 워낙 현금이 풍부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원유의존형 경제를 다변화하고 자국 기업들의 경영 선진화 및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하기 위해 더 이상 금융시장 개방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시장개방 초기 급격한 외부자본 유입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식 개방 모델'을 따를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에 투자한도(쿼터)를 배분하는 한편 기업별 외국인 보유한도도 설정한다. 세계적으로 5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 10곳을 적격투자자로 선정하는 방안이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기업별로 한 외국인투자가의 지분율이 최대 5%, 외국인 지분의 합이 최대 20%를 넘지 않도록 한도를 정하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사우디의 증시개방을 외국인투자가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꾸준한 유가상승으로 사우디 증시도 지난해 25%, 올 들어 현재까지 17% 상승하는 등 2009년 이후 지금까지 142% 나 올랐다. 그런데도 글로벌펀드 운용사들은 직접투자가 막혀 있어 주식 스와프 등 고비용 간접투자 방식으로 사우디 증시에 투자해왔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샬라 샤마 공동대표는 "사우디 증시 개방은 글로벌 투자가들이 고대하던 중동 증시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증시 추가 상승도 기대된다. 다른 중동국가의 외국인투자가 비중이 15%인 점을 고려하면 최고 50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 경제에 대해 "대규모 신도시 건설 및 인프라 투자로 원유산업 외의 분야에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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