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smart grid)가 실현되려면 전지, 대형 전기저장장치, 새로운 물질 개발과 모니터링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총동원돼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도 전력산업ㆍ정보기술(IT) 분야의 역할 분담과 협업 생태계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최종웅(54ㆍ사진) LS산전 부사장은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산하 녹색투자한국포럼(회장 양수길)이 지난 17일 마련한 포럼에서 '제2의 벤처 열풍'이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한 녹색산업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스마트그리드란 발전과 송전, 배전과 판매 단계로 이뤄지던 기존의 단방향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양방향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말한다. 최 부사장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위원ㆍ한국위원장, 한국전력 스마트그리드 자문위원을 겸임하며 국내외 여러 행사에서 스마트그리드의 발전 방향을 전파해온 전문가다. LS산전에서 1,700억원 규모의 스마트그리드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그는 "녹색산업환경이 조성되면서 스마트그리드기술이 차세대 계량기(smart meter), 효율적인 전기저장장치, 에너지 컨설턴트 등 다양한 수익 모델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대기업 중심의 과거 산업구조가 아니라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성공의 관건으로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의 영역이 확대되면 전기자동차 외에도 벤처기업만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스마트그리드의 사업영역은 스마트 빌딩ㆍ하우스 등 친환경 건설, 태양광ㆍ풍력 등 친환경 발전, 전기자동차 등 스마트 교통, 전력거래가 가능한 스마트 전력시장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최 부사장은 "녹색산업의 기반을 키우면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처하려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 발전ㆍ송배전설비를 늘리고 에너지 절약, 에너지효율 제고를 통해 에너지 생산의 수요ㆍ공급을 맞춰야 하므로 스마트그리드의 응용 분야는 매우 넓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 168개 중 대기업은 10여개에 불과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넓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2009년 총 전력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7배에 이르고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세계 9위(2008년 기준)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가 국내 458개 기업의 사업장에 온실가스 의무감축량을 확정해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은 발등의 불"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사장은 "실력 있는 벤처를 발굴하고 이들이 작은 규모로 창업해 기술력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벤처의 도덕성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 IT 벤처 붐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경쟁력을 갖춘 벤처들이 경영 투명성과 기술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스마트그리드는 전력과 관계된 만큼 폭발 위험을 없애는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혁명(revolution)은 진화(evolution)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지금은 산업 전 분야가 스마트그리드로 진화하는 단계다. 혁명에 진입하는 티핑포인트(급격한 변화의 시점)가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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