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학가에 따르면 부모가 재직 중인 회사로부터 학자금 지원을 받는 학생이 국가장학금도 동시에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중수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가장학금 관련 규정에는 민간 지원금을 포함해 등록금 이상의 금액을 장학금으로 받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민간기업의 지원 현황을 파악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어서 제도상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국가장학금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은 소득 8분위 이하인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최대 450만원 지원하고 있다. 이때 등록금 범위를 벗어나는 다른 장학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등록금이 400만원인 학생이 국가장학금 230만원을 받은 뒤 다른 장학금으로 170만원 이상을 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민간기업의 학자금 지원 여부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이중수혜를 받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장학금은 현금을 지원하기보다는 장학금을 제외한 등록금이 적힌 고지서를 발부하는 등록금 우선감면 방식으로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보통 학기가 시작하기 2~3개월 전인 1차 신청기간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며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국가장학금만큼이 감면된 등록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 하지만 편입생이나 복학생 등 1차 신청기간을 놓친 학생들을 위해 학기 직전부터 학기 초까지 2차 신청을 받는데 이 경우 국가장학금이 반영되지 않은 고지서가 발부된데다 학생들도 이미 등록금을 대학에 납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학 중인 대학을 통해 학생 본인의 계좌로 장학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부모가 재직 중인 회사에 이 같은 고지서를 내 학자금을 지원 받은 뒤 2차 신청기간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현금으로 장학금을 받는 등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장학재단은 이 같은 이중수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장학재단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및 법인으로서 소속직원 또는 소속직원의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을 '이중지원에 해당하는 학자금 지원 기관'으로 명시하며 이중수혜를 막고 있지만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학자금 지원 현황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학재단의 한 관계자는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공공기관이나 공익법인·비영리법인재단의 경우 양해각서(MOU) 등을 맺어 학자금 지원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사기업과는 (MOU 등을 맺은 곳이) 많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업의 경우 재단 법령상 (MOU 등을) 강제할 부분이 없다"며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지원 받는 기관 재직자의 경우 높은 연봉 때문에 소득분위에서 탈락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장학재단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A씨와 같이 국가장학금이 절실한 학생들은 정작 소외되고 있다. 올해만도 3조4,575억원에 달하는 국가장학금 예산 가운데 상당액이 이중지원 등을 통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누군가에게는 필수적인 국가장학금이 누군가에게는 여윳돈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의 국가장학금 방식은 다른 형태의 부작용도 낳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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