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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의 술술-미술] "예술로 지역 살린다"… 아트갤러리로 변신한 태화강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개막… 홍보·전시행정 이미지 탈피<br>열린 공간에서 관객과 호흡… 볼거리 찾는 사람들로 북적<br>9월 창원서도 조각비엔날레 지역문화 알리는 계기 기대

울산 태화강 위 울산교에 유영호의 '인사하는 사람'이 설치돼 삭막한 도심에 새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열린 14일 울산교 전경

울산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울산교 남단 입구에 높이 4.5m의 '새파란 사나이'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방문객을 맞고 있다. 조각가 유영호의 작품 '그리팅맨(Greeting Man)'이다. 다리를 따라 걸으면 이재익 작가의 우주비행선 같은 철제 조형물들이 곳곳에 매달려 있고, 사찰 같은 우리 전통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일주문은 강용면 작가에 의해 파랗게 빛나는 현대적 조각으로 재해석됐다. 김계현 작가는 자신의 특허품인 블럭 2만 조각으로, 5개월에 걸쳐 실제 크기의 교각을 쌓아 올렸다. 다리 북쪽 끝에 올라선 '블럭 교각'은 마치 새로운 문이 되어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긴다.

지난 14일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의 개막과 함께 울산시 곳곳에는 예술의 분위기가 넘쳐난다. 태화강변에 볼거리가 생기자 이날 하루 4,000명이 다녀갔다. 남부 둔치에는 세계적 대지미술가인 패트리샤 레이튼과 델 가이스트의 작품이 자리를 잡았다. 항상 지역 현지의 재료로만 작업하는 이들 부부작가는 중공업이 발달한 울산의 이미지를 철로 표현해 색칠하지 않은 쇠파이프와 현지의 나무·돌로 작품을 만들었다.

미술은 때로 전시장 밖으로 나와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며 호흡한다. 이렇게 열린 공간으로 나온 미술을 '대지미술' 또는 '환경미술'이라고 하는데 급격한 도시화에 대한 반성, 잃어버린 지역성의 부활 등을 주장하며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70년대에 걸쳐 확산됐다. 이처럼 '밖으로 나온 미술'이 쇠락한 도시를 되살리고 해당 지역에 새로운 명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영국 뉴캐슬의 게이츠헤드나 군수공장이 있던 독일 뮌스터의 카셀 등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소도시를 예술의 도시로 다시 살렸다. 일본 나오시마는 산업폐기물과 공해로 주민들이 떠난 폐허같은 섬이었지만 1985년 섬 전체를 예술작품으로 바꿔놓는 '나오시마 섬 프로젝트'로 매년 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됐다. 일본 아이치현이 주최해 나고야를 중심으로 3년에 한 번 열리는 아이치트리엔날레의 경우, 일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도시 나고야의 삭막함을 극복하고 예술의 힘으로 고유색을 더하고자 기획됐다. 니가타현의 에치고츠마리 트리엔날레는 볼거리도 먹거리도 없는 오지를 예술이 되살린 사례로,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보기 위해 2개월 행사 기간에만 40여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오는 9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도시 재생 사업'에 방점이 찍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열린다. 마산합포구 돝섬에는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건축과 조각작품이 놓이는데 미술가 임옥상과 건축가 승효상이 돝섬의 유원지 시절 흔적인 팔각정과 찻집을 리노베이션할 계획이다. 마산항중앙부두에는 공공 조각과 시민참여미술이 들어서고, 인구 감소로 심각한 공동화 현상을 보이는 창동 일대는 마산 원도심 재생에 대한 아이디어 발표의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홍보성·전시행정용 축제가 아닌, 예술성과 진정성을 담보한 예술축제는 지역을 살리는 새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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