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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포인트 카드 쓸때마다 내 정보가 샌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마트에서 날아온 할인 쿠폰을 들여다보면서 섬뜩한 기분이 든 적이 있는가. 마침 다 떨어진 생수 할인 쿠폰, 애용하는 샴푸 브랜드 쿠폰, 가끔 사먹는 우유의 1+1 쿠폰까지 '맞춤형 쿠폰'이 생겼다고 마냥 좋아하기에는 너무도 완벽하다.

20여년간 브랜드 전쟁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가 자주 들르는 할인 매장 혹은 인터넷 쇼핑몰이 소비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첨단 기술 덕분에 개별 소비자의 욕망과 습관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우리가 상상도 못할 다양한 형태로 돈을 벌어들인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데이터 마이닝'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소비자 행동을 추적하고 분석하고 이를 다시 분류하고 종합해서 얻은 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물건을 사도록 자극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정보들은 어디에서 얻는 것일까. 디지털 쿠폰과 신용카드, 적립금을 쌓기 위해 생각 없이 내미는 포인트 카드가 범인이다. 저자는 어떤 매장에서 포인트 카드를 발급받을 때마다 그 매장 측에 자신과 가족의 구매 습관과 관심사에 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종합하고 가공해도 좋다고 허락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소셜커머스 쇼핑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판적인 시각을 들이댄다. 소셜 커머스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물건이 싸니까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업체인 아이딜리의 폴 헐리 CEO는 "그런 사이트들이 게임적인 구조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루폰과 아이딜리 등의 소셜 커머스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제한 시간, 도전 과제,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배타성, 즐거움 등 중독성 강한 게임이 지닌 요소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기업과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그들의 브랜드와 제품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도록 인간의 심리와 욕망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는 기업들의 마케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구전 마케팅의 힘이 그토록 강하다는 것은 오늘날 소비자가 전례 없이 강력한 권력을 차지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며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완수하도록 하는데 소비자가 지닌 힘을 사용한다면 보다 현명하고 자존심 있는 소비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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