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맨발은 그녀의 춤사위와는 달리 투박하다. 굳은 살이 박힌 그녀의 발가락은 어쩌면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며 하늘로 도약하는 발레리나의 숙명일는지 모른다. 그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와중에도 고국에서 열리는 제3회 성남국제무용제에 참석키 위해 오는 23일 방한한다. 무용제 참석을 앞둔 그녀와 1시간 남짓 국제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강씨는 "독일에서 최근 '레전드'를 공연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음악이 너무 아름답고 안무가 뛰어나 발레에 대한 지식이 없는 관객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프랑코 안무의 '레전드'는 일본에서 공연된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공연되기는 성남국제무용제에서 처음이다. 그녀는 "이어 전야제 갈라 공연으로 '오네긴'을 무대에 올리는데 나에겐 '춘희'와 더불어 가장 중요하고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일반 관객이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무용으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리노, 발레리나를 초청하기 위해 큰 돈이 필요한 탓에 국제무용제는 개최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올해 3회째를 맞는 성남국제무용제는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술가는 배고파야 한다는 건 옛말"이라며"무용과 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 후원문화가 정착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등의 분야에는 기업들의 후원이 많이 늘었지만 무용계에는 아직도 배고픈 사람이 많다"며 "좋은 스폰서들이 나서서 무용가들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평소 휴식 시간에는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대해 "솔직히 연습을 거듭하느라 취미란 걸 가져본 적이 없다"며 "주변에 있는 동료들은 이런 제 모습을 이해 못하지만 저에겐 오로지 발레에 대한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남는 시간에 하는 일을 재차 묻자 "강아지 2마리가 있는데 함께 산책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사우나에 가는 게 전부"라며 "취미 생활은 없지만 연습하는 동안 너무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녀는 "고국 팬들에게 신세진 게 많음에도 당분간 한국에 정착할 계획은 없다"며"하지만 언젠가는 제가 배운 세계적인 수준의 발레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는 꿈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현역에서 은퇴하는 시점은 언제가 될지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은퇴를 한다면 지도자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후배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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