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을 노리는 알말리키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밤 TV연설에서 쿠르드계 원로 푸아드 마숨 신임 대통령에 대해 "취임 이후 15일이 지나도록 최대 정파 지도자를 새 총리로 지명하지 않아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총선으로 최대 정파의 지도자가 된 자신을 총리에 지명하라는 압박이다. 연설 직후 알말리키 총리를 추종하는 시아파 정부군도 수도 바그다드 곳곳에 배치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군 탱크가 바그다드 중심가 인근에 배치됐으며 정부청사가 밀집한 안전지대인 '그린존'에도 상당한 병력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알말리키의 움직임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은 이라크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총리를 지명하려는 마숨 대통령의 움직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아파인 알말리키 총리는 4월 총선에서 92석으로 의회의 최대 의석 수를 확보한 법치연합의 수장으로 자신의 3선 연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과 이라크 수니파, 쿠르드족, 일부 시아파까지도 알말리키의 종파 및 지역차별적 통치에 대한 반발이 IS의 성장 원인을 제공한 만큼 그의 퇴진 후 종파 및 사회통합적 정부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군사개입을 하면서 총리 등 이라크 정부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공습 등 군사개입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사흘째를 맞은 미국의 이라크 공습에 힘입어 쿠르드군의 반격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수도 아르빌 근처 IS의 박격포부대를 무인기와 전투기로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8일 공습이 개시된 이래 다섯 번째다. 아르빌은 미국 영사관과 미군·이라크군의 공동 군사작전본부가 위치한 곳이다. KRG의 군 조직인 페시메르가도 이날 오전 미군의 공습 지원에 힘입어 아르빌에서 45㎞ 거리인 마크무르와 그와이르 등 2개 마을을 IS로부터 탈환했다고 밝혔다. 신자르에 발이 묶였던 야지디족 피란민 5만여명 중 3만여명도 페시메르가의 도움으로 KRG 관할 안전지대로 탈출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KRG에 대한 무기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마수드 바르자니 KRG 대통령도 서방에 중화기 지원을 요청했다.
한편 오는 2016년 미국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이 발호하도록 한 것은 오바마의 실패"라고 주장했다고 시사잡지 애틀랜틱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특히 시리아 내전과 관련,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저항할 무장세력을 만드는 데 실패하면서 힘의 공백을 IS 등 급진 무장세력이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멍청한 짓은 하지 마라(Don't Do Stupid Stuff)"는 말에 대해서도 "위대한 국가는 원칙을 세우는 게 필요한데 이는 원칙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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