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가 빠진 부실한 합의를 해놓고 서둘러 발표한 여당의 책임이 크다.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소극적인 만큼 처리 일정 등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당은 이걸 빼놓은 채 국민대타협기구 연내 구성과 자원외교 국조에 덜렁 합의해줬다. 새정치연합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체 개혁안은 제시하지도 않은 채 내년 2~4월까지 합의안을 도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더니 '상반기까지 여론수렴'으로 또다시 미뤘다. 사회적 합의기구가 가동되면 자체 개혁안을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지조차 의심스럽다. 여당과 그 대안으로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에 합의한 만큼 자체 안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여론수렴을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내용뿐 아니라 처리 시점도 중요하다. 내년 2월에는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4월에는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교체가 예정돼 있고 뒤이어 총선 정국으로 치닫게 된다. 합의시한을 미리 못 박지 않으면 개혁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국민대타협기구가 실제 개혁안을 만들어내는 합의체가 돼야 한다는 새정치연합의 입장도 매우 우려스럽다. 구속력 있는 합의기구로 하자는 것인데 이는 개혁에 따른 부담을 떠넘기려는 것에 불과하다. 결정의 주체는 국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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