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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쇼핑 천국'이라고 불리는 데는 지정학적 환경과 함께 이를 브랜드로 승화시킨 당국의 노력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유럽과 아시아·미주 교통의 허브로서 지정학적 이점이 있다. 홍콩은 이미 200년간 유럽과 중동에서 아시아로 가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항구이자 항공교통의 요지이며 자유무역항이다. 1997년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후에도 본토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배경으로 성장 속도를 키우고 있다. 무역중계지로서의 영향력과 함께 영국 등 유럽과 중국 등 아시아 문화가 어우러진 퓨전지대로서의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홍콩당국의 노력도 더해졌다. 수많은 쇼핑몰ㆍ관광지라는 쇼핑 하드웨어에다 '메가 세일'이라고 부르는 쇼핑이벤트 소프트웨어가 상승 작용을 하고 있다. 이국풍의 다양한 축제, 그리고 글로벌 후원기업과의 공동이벤트도 관광객 유치를 돕는다.
이른바 '메가 세일'은 연중 겨울과 여름 시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겨울의 경우 '홍콩 윈터 페스트(Hong Kong Winter Fest)'라는 이름으로 11~1월간 크리스마스ㆍ연말과 연초에 걸쳐 세일을 한다. 여름의 경우 '홍콩 서머 스펙태큘러(Hong Kong Summer Spectaculer)'라는 이름으로 대개 7~9월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기를 겨냥한다.
각 세일 기간에는 축제가 더해진다. 겨울에는 '뉴이어·뉴월드홍콩 카운트다운 셀러브레이션(New yearㆍNew World Hong Kong Countdown Celebration)' 'WISH(3만6,000개의 LED 조명을 활용한 빛 축제)'가 있고 여름에는 '홍콩 드래건 보트 카니발(Hong Kong Dragon Boat Carnival)' '서머 팝라이브 인 홍콩(Summer Pop-Live in Hong Kong)' 등이 진행된다. 홍콩의 '메가 세일'에는 축제와 쇼핑으로 도시 전체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며 그들의 표현대로 '아시아의 세계도시(Asia' World City)'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세일기간에는 고가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구전마케팅도 주효했다. 각 쇼핑몰에서는 80~90%까지 할인 판매한다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한다. 다만 이는 관광객을 끌려는 미끼 상품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통상 10~30%의 할인율로 판매되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런 할인율이라도 가능한 이유는 재고 처리에 있다는 것이 한국 주홍콩총영사관의 분석이다. 주기적으로 재고ㆍ이월상품을 처리하면서 자금화 상품회전을 높이기 위한, 이른바 '떨이처리'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세일행사의 주체는 각 쇼핑몰이다. 정부(홍콩관광청)가 관여하는 것은 쇼핑몰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세일행사를 종합해 홍보하는 데 그친다. 결국 기업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승패가 결정되는 셈이다.
글로벌 카드업체인 비자카드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홍콩쇼핑왕(VISA go Hong Kong Super Shopper)' 행사도 관심이다. 한국과 중국·인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8개 아시아 국가와 홍콩인을 대상으로 비자카드 결제시 홍콩쇼핑왕 선발대회에 도전하도록 하는 이벤트다. 특정쇼핑 미션을 수행하도록 하고 최고점수자인 우승팀에는 20만홍콩달러(약 2,800만원)의 비자카드 사용권을 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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