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파격적인 작품은 '미스터쇼'다. 대표 뮤지컬 감독 박칼린이 연출한 미스터쇼는 당당히 '여성만을 위한 19금(禁) 공연'을 내걸었다. 대놓고 '남자관객 입장금지'를 외치는 이 작품은 6월 말까지 이어지는 공연 중 이달 25일 딱 하루만 남성 관객에게 관람을 허용했다. 여성을 위한 19금 공연답게 무대 위엔 근육질 남성 댄서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관능적인 춤을 추며 관객을 유혹한다. 배우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상의 탈의 또는 런닝셔츠 착용의 상반신 사진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을 정도다. "최대한 솔직하게,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여자들만을 위한 쇼를 만들고 싶었다"는 게 박 감독의 연출 의도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중인 연극 '메피스토'도 주목할 만하다. 메피스토(메피스토펠레스)는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에게 쾌락의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기로 한 유혹의 아이콘이다. 그동안 파우스트를 각색한 여러 작품에서 메피스토 역할은 남자배우들이 해왔지만, 이번 작품에선 여배우 전미도가 메피스토 역할을 맡았다. 이 작품 자체도 이야기의 중심을 파우스트가 아닌 메피스토로 설정했다. 연출자인 서재형 감독은 "지금 시대는 파우스트의 시대라기보다 유혹적이고 악이 있고 타락된 메피스토의 시대라고 봤다"며 "여성 캐스팅 역시 여자가 악의 출발이라는 관점이 아닌 이 시대가 여성이 우월한 시대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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