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길게는 100년 가까이 연금제도를 앞서 도입한 선진국의 경우 다층노후보장 체계를 튼튼히 갖추면서도 공적연금의 재정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독일은 지난 1992년부터 2007년까지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개혁을 단행했다. 이 기간 연금 보험료율은 17.7%로 올랐고 수급 개시 연령은 67세로 늦춰졌다. 2000년대 초반 50% 수준이었던 소득대체율도 2030년까지 43%로 내려간다.
다소 튼튼해진 재정에 비해 공적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이 약화되자 독일은 2001년 정부 지원이 들어가는 사적연금인 '리스터연금'을 도입했다.
공적연금의 급여 축소분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에 따라 독일 정부는 사적연금인 개인연금임에도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연간 154유로(약 22만2,000원)를 보험료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또 25세 미만 젊은 연령층의 가입 확대를 위해 2008년부터 연간 200유로(약 28만8,000원)씩을 국가 예산으로 보조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세제혜택 효과가 돌아가는 특징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으로 일부 도와주는 개인연금이지만 가입 대상은 공적연금 가입자로 한정돼 있다"며 "무차별적인 퍼주기식 복지 제도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각 사업장이 퇴직연금과 퇴직금 중 하나의 제도만 선택하면 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2011년부터 사적연금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또 스웨덴처럼 펀드 투자 수익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형태로 공적연금을 운용하는 경우도 있다. 소득의 18.5%에 해당하는 보험료 중 16%는 비례연금으로 쌓이지만 나머지 2.5%는 개인계좌에 적립된다. 이 적립금을 가지고 가입자는 자유롭게 연금 펀드 운용사를 선정해 투자할 수 있으며 그 수익에 따라 향후 전체 연금 급여 수준이 결정된다. 투자수익이 적자를 기록해 일정 부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이 제도는 공적연금의 재정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노후 보장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스웨덴은 '최저보증연금'이라는 제도도 갖고 있다. 이는 스웨덴에 3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기본 대상이며 연금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거나 아예 연금을 못 받는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거주 기간 등에 따라 연금을 국가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한국도 공적연금의 탄탄한 토대 구축을 우선 실현한 뒤 개인연금의 타깃을 중상층 이상으로만 국한하지 말고 각 계층을 아우르는 다층보장체계를 구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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