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의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현재 미국의 핵심 가치가 위험에 처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고위급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 에서 "시리아 군 장교의 통화내용 등 물적 증거와 공격 명분이 충분하다"며 "미국은 다른 국가의 외교정책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이 같은 발언은 영국 의회에서 시리아 제재안이 부결된 직후 등장해 미국이 국제사회의 공조 없이도 시리아를 공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영국 하원은 이날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정부가 전날 제출한 시리아 제재 동의안을 반대 285표, 찬성 272표로 승인 거부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파리에서 시리아 반군 지도자와 만나 "시리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즉각적인 공격을 주장해온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도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틀째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45분 만에 회의를 마쳤다.
이처럼 우방국들의 정서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주요 외신들도 미국의 단독공격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지난 2003년의 이라크 전쟁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자국방어(self-defence)' 요건을 들어 유엔의 승인 없이 '제한적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화학무기 자체가 10년 전 이라크 전쟁의 배경이었던 '대량살상무기'의 일종인데다 시리아가 이미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라며 "국제 사회의 용인을 배제한 공격 명분이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NYT는 유엔의 화학무기조사단이 31일 현지에서 철수할 방침임을 들어 "유엔 조사단 철수 직후 미국이 '제한적인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징후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리아 공습시기가 유엔 조사단의 공식 보고서가 안보리에 제출된 뒤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에서조차 '조기공습'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데다 베트남전 이래 미국의 모든 전쟁에 함께해 온 영국 역시 유엔 보고서의 안보리 제출 여부를 지켜보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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