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층과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건물 벽 곳곳을 수직으로 확장해 넓지 않은 대지를 훌륭하게 극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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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 현관쪽에서 바라본 반포577의 전경. 3면이 다세대·다가 구로 둘러 싸여 있어 집 주인과 이웃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 해 건물 외관을 최대한 채운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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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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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방배중학교 뒤편으로 들어서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형성된 주택가 끝자락에 닿으면 서리풀 공원을 만난다. 등산로입구에는 보기 드문 모양의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앞에서 바라보면 다소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단독주택. 하지만 집 옆으로 난 등산로에 올라서서 바라보면 무릎을 치게 된다. '어떻게 이 땅에 이런 모양의 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집이다.
주택이 들어선 160㎡ 남짓한 땅은 수 년간 나대지로 남아있었다. 바로 땅의 모양 때문이다. 정방형이 아닌 삼각형 모양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집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방형으로 집을 지으려면 자투리 땅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 땅들을 포기하기엔 또 땅이 너무 좁아진다.
오랫동안 방치돼온 이 땅은 2년전 이성란 씨의 눈에 띄었다. 도심이면서 풀과 나무가가 까이 있는 단독주택 부지를 찾던 이 씨에게 부지의 입지는 최적이었지만 역시 모양이 문제였다.
이 씨는 결국 오빠에게 이 집 설계를 맡기기로 했다. 이 씨의 오빠인 한울건축 이 성관 대표는 지난해 '숭실대 조만식기념관 & 웨스트민스터홀'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 공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국내 최고 수준의 실력가. 서울시가 지정한 '특별 경관 관리 설 계자' 18명 중한 명이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이 대표도 수 년 전 이 부지를 보고 '나중에 건축물을 지어봐야겠다'고 생각 했다는 점이다. 건축가의 욕심은 비슷한 것이 었는지 인근에 거주하던 프랑스인 건축가도 오래 전부터 이 부지에 집 지을 생각을 해왔다며 웃돈을 줄 테니 다시 팔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이 부지는 설계자에게 상상력을 요구했다. 더구나 이 부지 주변은 서리풀 공원을 향해있는 한면을 빼고 모두 4층 짜리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둘러싸고 있어 창(窓)을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 대표 는 "이웃 주민들이 창을 통해 마주보지 않게 해달라고 해방어적으로 설계하게 됐다"고말 했다.
수 년간 버려져 있던 땅은 이 대표의 상상 력과 열정이 더해지자 평범한 주택가에서 보기 힘든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 하게 됐다. 이 대표는 "건물이 완성된 후 일부러 집 옆의 등 산로를 걷곤 하는데 주민들이 '좋은 건물이 들어섰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주변과 조화 이루려는 노력 알아줘 감사"
설계자 이 성 관 한울건축사사무소 대표
"상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무 엇보다 건축가의 노력을 놓치지 않고 인정 을 해 주는 것 같아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 입니다."
이성관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대표는 지난해 사회공공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은데 이어 올해는 일반주거부문에서 대통령상인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훌륭한 건축가는 주종이 없다는걸 입증한 셈이다.
이 대표는 "상을 받았다고 우쭐할 나이는 지났고 이제는 확신을 갖고 일을 할때"라며 "우왕좌왕 하지 않고 열심히노 력했는데 이런 노력을 인정해줘 기분이 좋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의 건축철학은 '주변과의 관계에서해 답 찾기'다. 건축물은 순수 예술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좋든 싫든 노출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공적 영역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나 는 이런걸 하는 사람'이란 낙인을 받고 싶지 않고 브랜드화 되는 것도 싫어한다"며 "같은 주택이라도 위치에 따라 설계는 달 라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초등학교 때는 각종 미술전에서 상을 휩쓸어 왔다. 고등학교때 별명도 '그 림 잘 그리는 애'였을 정도. 그는 집에 DVD타이틀을 5,000장 이상 갖고 있고 집에 다 담지 못한 타이틀은 수 백장 이상의 음반과 함께 사무실 벽을 채울 정도로 다 방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건축물이 경제적 측면에서만 다뤄지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경제적 측면이 강조돼)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만 들어서고 있지만 이러다 보면 한국의 디자인 잠재력이 침식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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