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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10월 31일]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
입력2009-10-30 16:56:32
수정
2009.10.30 16:56:32
매년 이맘때면 각 기업들의 임금ㆍ단체 협상으로 신문 사회면이 시끌벅적해진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늘 시끄러운 기업만 시끄럽고 최근 사측에 임단협의 전권을 위임한 SK케미칼처럼 훈훈한 모습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
노사가 잘 화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필자는 '신뢰'라 생각한다. 신뢰 없는 대화나 협상은 무의미한 소모전에 불과하다. 서로가 어떤 대안을 내놓더라도 어느 한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 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투명 경영이 노사 신뢰의 싹
그렇다면 신뢰를 쌓기 위해 경영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최우선적으로는 장막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즉, 투명(열린) 경영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경영자들이 그들만의 성(城)에 머문 채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회사를 이해해달라고 외친다. 경영자가 회사의 매출ㆍ수익 등을 수시로, 정기적으로 모든 직원에게 공개해 그들이 경영사정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회사와 노조 사이에 대화가 가능해지고 신뢰의 싹이 튼다.
물론 투명 경영만으로 완전한 노사화합을 이뤄내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노사분쟁은 임금이나 구조조정, 즉 금전과 관계된 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신뢰만으로 양자가 화합을 이뤄내기에는 2% 부족하다. 투명 경영과 대화로 노사 간에 어느 정도 신뢰가 구축됐다면 이제 '윈윈(win win) 교섭'을 할 차례다. 사측이나 노조 모두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상대방이 우리를 많이 배려해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 상호 간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것이 협상의 시발점이기는 하지만 협상의 성공적 타결과 양자의 만족도 제고, 향후 지속적인 관계유지를 위해서도 적정한 선에서 서로의 이익이 보장되도록 절충하고 타협해야 한다.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도 지난해와 올해 임단협을 무사히 마쳤다. 회사도 노력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계속됐던 워크아웃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직원들의 회사를 위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워크아웃이라는 큰 어려움 속에서 노사가 서로 화합하고 신뢰하며 윈윈 교섭을 펼쳐온 결과다.
서로 상반된 이익을 추구하는 노사는 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지닌다. 이를 좁히려면 무엇보다 관계에 대한 구조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노사관계는 '연인(戀人)관계'다. 자신의 장단점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항상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감동을 준다면 영원히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얼마 못 가 헤어지고 말 것이다.
지난해 6월, 노동부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투쟁ㆍ대립ㆍ파업'이 73.3%를 차지한 반면 협력ㆍ화합은 7.2%에 그쳤다.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절대 다수의 국민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절충과 타협의 미덕도 갖춰야
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각을 갖고 있어 문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서 발표한 2008년 한국 노사관계 생산성은 55위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6년 연속 꼴찌다. 또 지난해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는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한국의 경제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점이 바로 노사관계라고 꼬집었다. 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도 노사관계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노사가 화합하고 서로를 신뢰한다면 사업이 잘 풀리기 마련이다. 기업이 노조를 배려하고 노조가 기업을 이해할 때 일터는 즐거워지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리게 된다.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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