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북한은 5월 하순 제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동ㆍ서해상에서 일련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강성대국의 위용’을 자랑(?)했는가 하면 개성공단과 관련된 근로자 임금 및 토지임대료의 인상 등 ‘막가파식 요구’를 해 한반도 정세를 긴장 고조 국면으로 몰아갔다. 게다가 남북관계의 전면 파탄 위협을 일삼고 있기까지 하다. 돌이켜보면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1998년 11월 속초항에서 금강산관광객 수백명을 태운 ‘금강호’가 역사상 첫돛을 올리고 공해상을 우회해 북한의 장전항에 도착했을 당시 우리 국민 대부분은 많은 감흥과 흥분으로 이 관광 사업의 순항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국민들의 기대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이 사업에는 무려 193만여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참여했고 이를 통해 반세기 이상 굳게 닫혔던 ‘천하제일의 절경’이라는 금강산은 그만큼 우리 곁에 가깝게 다가올 수 있었다. 물론 이 기간 동안에도 ‘민영미씨 사건’이나 일부 관광객의 추태로 인한 벌금 징수, 북측 관리원과의 마찰 등 불협화음이 적지 않게 발생하기도 했지만 우리 국민의 5분의1 정도가 금강산을 찾아 남북분단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멀리서나마 북한 주민이 사는 모습을 목격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별 힘을 들이지 않고 이 사업을 통해 4억8,700만달러에 달하는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여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 외화가 군비 확장 및 군사력 강화를 위한 용도로 전용됐다는 강한 의혹도 있지만 어쨌든 이 관광 사업을 통해 남북한이 공히 윈윈의 효과를 공유할 수 있었던 점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업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피격사건’과 관련한 남북 당국의 팽팽한 이견과 입장 차이는 이제 개성관광의 중단뿐만 아니라 마지막 하나 남은 개성공단의 존폐 문제까지 영향을 미쳐 그 귀추가 주목된다. 당시 우리 정부는 정확한 진상조사를 위한 조사단의 현장 실사를 제기하면서 재발 방지 및 관광객의 신변 안전 문제를 담보하기 위해 구체적 협의를 위한 회담을 가질 것을 북측에 요구했으나 북측은 이 사건이 자기 관할구역 내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요구는 아무런 실질적 결실을 가져오지 못하는 ‘허공의 메아리’로 남아있었고 현재까지도 이런 상황은 조금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어 이 사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예사롭지가 않다.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에서 아무런 노하우나 레버리지를 갖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는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과 직ㆍ간접으로 관련된 많은 기업과 근로자들의 사정은 이루 말로 다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이 사업의 직접 당사자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4일 전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현대그룹 용선(Dragon Boat) 대회’에 참석해 “대북사업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고 역설했지만 지금 금강산 내에 있는 사업소 6개 팀 가운데 시설유지ㆍ보수 관련 2개 팀만 남은 상황이며, 전체 직원 수도 지난해 7월의 1,084명 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411명(그것도 재택근무자와 조선족 포함)으로 급감해 매출 손실액만 1,382억원에 달할 정도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북한에 억류된 지 100일이 가까워 오는 개성공단의 유모씨 문제는 아무런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이 사업과 관련된 수많은 기업은 줄도산을 면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정부는 더 이상 수수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각종 채널을 동원해 금강산 관광이 하루빨리 재개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북한과의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며 국민을 대상으로 대북정책의 실상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묘책(妙策)을 수렴하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北피격사건 해명·대화 나서길
보다 중요한 것은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차원에서 매듭을 맺은 당사자인 북한 스스로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전제 조건인 ‘피격사건’에 대한 정확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더 이상 이런 류(類)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보하는 회담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2000년대 진입 이래 최악의 경색국면에 처해 있는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국민과의 소통’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의 조정과 함께 북측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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