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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로 통하는 '시간의 항구'… 어제와 마주하고 내일을 걷다

목포 시간여행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들어서니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 느껴져

수산시장서 알싸한 홍어 맛보고 뭍이 된 삼학도, 산책코스로 제격

자연사박물관·해양문화재연구소 등 미래 과학·문화전시공간도 볼거리

옛 일본영사관 건물 전경. 1900년에 세워진 역사적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이다.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 옛 일본영사관 앞에 있다.

목포종합수산시장 내부 모습. 홍어와 건어물로 유명하다.

목포 여행은 '시간 여행'에 다름 아니다.

과거·현재·미래가 목포라는

공간에서 만나 파노라마가 된다.

목포의 역사는 사실상 110여년에 불과하다.

작은 포구에 지나지 않았던 곳이

1897년 개항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항 이후 일제시대에 걸쳐

전라도의 곡창지대를 연결하는

항구로서 주목받았다.

해방 후에는 다소 뒤처졌다.

대외무역 역할이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전라도 지역이 소외되면서

목포가 타격을 받았다.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서해안 시대를 맞아 인근 조선산업단지를 거느리고

과학·문화의 도시로서 비상하고 있다.

목포의 유래를 말할 때

이곳 사람들이 꼭 포함시키는 이야기가 있다.

1597년 9월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의 조선함대가 주둔한 곳이

목포 앞바다의 고하도였다.

이미 그때부터 서남해안의 해상기지로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과거, 일제 수탈의 유적들=일본은 목포에 두 가지 상반된 흔적을 남겼다. 한반도 수탈기지라는 오명과 함께 근대 목포시를 일군 기본 얼개가 그것이다. 농작물과 해산물이 모이던 작은 포구가 19세기 후반 들어서 항구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897년 일본의 요구에 의해 한반도의 세 번째 개항 항구가 되면서 목포는 번성의 기회를 잡는다. 전라도 곡물의 유통집산지로서 부각된 것이다. 일본인들이 모여들었고 이를 반영하듯 만호동·유달동·동명동 등 구시가에는 일본식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과 옛 일본영사관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은 1920년에 지어졌으며 식민지의 물자 수탈을 담당한 대표적인 기관이었다. 현재 건물 곳곳에는 벚꽃과 태양처럼 일본을 상징하는 문양이 숨어 있다. 현재는 목포근대역사관으로 바뀌어 내부에 180여점의 사진을 통해 목포의 옛 모습과 일제의 침략사를 확인할 수 있다. 옛 일본영사관에 오르면 만호동 구시가지가 훤히 보인다. 1900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역시 복원공사를 거쳐 역사관으로 올 2월 문을 열었다. 목포시에서는 일본영사관을 목포근대역사관 본관으로,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은 목포근대역사관 별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본식 건물이 적지 않다. 빨간 대문이 인상적인 일본인 교회와 일본식 정원, 가옥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훈동 정원도 있다. 이훈동 정원은 이국적인 풍모로, 그동안 야인시대, 모래시계, 장군의 아들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도 배경으로 나왔다.

◇현재, 바다와 사는 사람들=목포 하면 생각나는 생선은 홍어다. 홍어를 대표하는 곳은 동명동에 위치한 목포종합수산시장이다. 시장의 입구에 들어서면 톡 쏘는 맛의 홍어 천지다. 이곳은 전국 최대의 홍어 시장이라고 한다. 현재 130여개 점포 가운데 100개가 홍어를 다룬다.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홍어량은 전국 거래량의 80%에 이른다. 동명동에는 1908년 수협 공판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어시장이 형성됐고 몇 차례의 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1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홍어 외에 건어물도 유명하다. 바닷가에 웬 건어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거 물류가 어려웠던 시절 생선을 외지로 보내기 위해 말리기 시작한 것이 건어물의 유래라고 한다. 목포가 어시장으로 명성을 얻을수록 건어물도 많이 필요했고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목포종합수산시장은 외양도 볼만하다. 목포시가 멋들어진 쇼핑을 위해 개선사업을 벌인 결과다. 시장 입구는 대표 특산물인 홍어를 테마로 산뜻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천장 아케이드는 친근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분위기다. 천장 조명은 각종 수산물 조형물과 통발을 활용해 만들었다.

수산시장을 나오면 바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항구와 마주하고 있는 산이 보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섬이었던 이곳 삼학도에는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돼 있다. 현재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 공원과 요트 마리나가 들어서 있다. 현재는 바닷물이 흐르는 수로와 다리가 완공돼 산책하기 좋다.

◇미래, 과학·문화의 도시=용해동의 남농로 거리는 대도시에도 흔치 않은 과학·문화 전시공간 밀집지역이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목포문학관, 옥공예전시관, 남농기념관 등이 있다. 관심 가는 곳만 둘러봐도 하루해가 짧은 정도다.

이곳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사박물관인 목포자연사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자연사관과 문예역사관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자연사관은 연면적 6,610㎡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질관·육상생명관·수중생명관·지역생태관·기증품전시실로 이뤄졌다. 특히 기증품전시실엔 목포 출신인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직접 수집한 세계 각지의 조개·고동류 등 기증품 2,300여점이 눈길을 끈다. 문예역사관은 연면적 2,560㎡ 지상 3층 규모로 수석전시실, 오승우 작품실, 목포의 문화와 예술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예역사실과 화폐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은 우리나라 유일의 해양박물관이자 수중발굴조사 전문기관이다. 그중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신안선'의 실물을 볼 수 있는 신안선실이 눈에 띈다. 1984년까지 진행된 신안해저유물 발굴조사에서는 도자기·동전·향신료 등 2만3,502점이 인양됐다.

이 외에도 자연사박물관 옆에는 목포 지역 도자기 산업의 역사와 현황을 보여주는 목포생활도자박물관이 있고 그 앞쪽에는 소치 허련의 손자이자 한국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작품을 소장한 남농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1·2번 국도의 시작점=목포가 우리나라 교통의 요지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이곳이 국도 1번과 2번의 시작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일제시대 신작로에서 파생된 이들 길은 1966년에 국도로 공식 지정됐다. 현재 1번 국도는 목포에서 서울·파주를 거쳐 신의주까지, 2번은 부산까지 이어진다. 옛 일본영사관 앞에 이들의 기념비가 서 있다.

/목포=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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