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이다. 전력대란에 대한 걱정의 소리가 들린다. 지난달 예비전력의 공급 능력이 500만kW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전력 수급 경보가 잇달아 발령됐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더위를 생각하면 2년 전 9ㆍ15 정전대란의 악몽이 떠오른다. 당시 기온 급등으로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지자 예고 없이 일부 지역의 전력이 차단됐다. 전기 공급에 이상이 없다고 믿었던 국민은 분노했다.
금년 여름도 불안하기만 하다. 올여름 전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한여름 전력피크 때의 예비전력은 적정 예비전력에 한참 모자란다. 원전 1기만 멈춰도 대규모 정전사태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며칠 안에 원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를 짓는 데 최소 7~10년 이상이 걸린다.
전력대란 우려 해법은 에너지절약
현재는 고강도 에너지 절약 외에 대안이 없다. 주부들에게 전등 끄라고 잔소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효율적인 절약 방안은 없는 것일까. 요즘 뉴스 일기예보에서는 전력예비율을 함께 보여준다. 날이 더웠던 지난 6월4일의 전력예비율을 들여다보자.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시간대는 오전11시와 오후2~3시로 예비율은 6% 남짓, 전력예비력은 400만kW 정도였다.
전력예비율을 관전하는 포인트는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 일년 단위로 그래프를 보는 것이다. 하루를 보면 출근 후 오전10시부터 11시 사이에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서 점심시간에는 줄어들었다가 오후2~3시 사이에 다시 올라간다. 여기에 에너지 절약 방안이 있다. 업무시간을 1시간 정도 조절한다면 전기 절약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머타임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서머타임은 하절기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겨 일광시간을 활용하는 제도이다. 과거 우리는 세 번 실시한 경험이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적응이 가능하다. 특히 유럽연합(EU) 25개국과 미국ㆍ캐나다ㆍ호주 등 77개국이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어 국제시차 적응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서머타임 시행의 주요 이점을 짚어보자. 첫째, 조명과 수송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시계를 한 시간 앞으로 돌리면 일몰 시각이 한 시간 늦어지는 효과가 있어 일과 중 조명 수요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서늘한 아침 시간의 활용도가 높아져 냉방용 전력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일광시간 한 시간을 활용할 경우 전력 사용량을 하루 9.44GWh 감소시키며 연간 730~1,728GWh의 전력 효과를 가져와 500억~1,180억원 정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무시간 앞당기면 전력 수요 감소
둘째, 교통량을 분산시켜 에너지 낭비를 막고 교통사고율이 줄어들어 사회적 비용 부담을 경감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1987년 서머타임 시행으로 교통사고 발생률이 0.3~0.5% 감소했음을 나타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끝으로 퇴근 후 여가를 일광시간 내에 즐길 수 있어 삶의 질 개선 효과와 레저ㆍ관광 등 녹색서비스산업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서머타임 도입이 예술ㆍ스포츠 및 여가 관련 산업과 운수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생산 유발 효과가 1조1,363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서머타임의 성공적 도입과 정착을 위해서 각자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역사회는 서머타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건전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과 기업은 서머타임 시행의 효과가 발현될 수 있도록 일광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에너지 절약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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