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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좁다"… 중국서 꿈 키우는 창업꿈나무

인덕대 해외창업캠프 현장을 가다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인사동에 해당하는 난뤄구샹 거리에서 인덕대 해외창업캠프 참가자들이 중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하고 있다. 해외창업캠프에는 인덕대 학생 35명과 북경대, 북경 교통대 등 중국 대학생 12명이 참가했다. /사진제공= 인덕대학교 창업지원단


현지 시장조사하며 아이템 검증… 막연했던 사업계획서 구체화
"타깃만 잘 잡으면 성공" 자신감… 모바일 게임개발사 창업 사례도
동아리만 50여개 전국 최다… 학교는 '취업 대안형 창업' 지원
중기청 창업선도 대학에 선정… "내년엔 中 IT업체서 실습도"


비정규직 600만명 시대. 한국에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미생'이지만 미생의 길을 버리고 과감히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은 좁다. 아이템 발굴 단계에서부터 중국 13억 소비자를 겨냥해 중국 소비자를 이해하는 눈을 기르고자 노력한다. 이들에게는 경쟁 상대 또한 중국의 창업 청년들이다.

한중대학생창업연맹이 주최하고 인덕대 창업지원단이 주관하는 제3회 한중대학생 창업대전이 이달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올해 3회째를 맞은 한중대학생 창업대전은 12∼16일 진행되는 인덕대 해외창업캠프의 백미로,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 청년 창업이 일반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 교류를 통해 청년 창업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워 슬 총 한궈 라이더 따쉬에셩. 워 시앙 쭈오 원쥐엔 띠아오차(한국에서 온 대학생입니다. 당신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싶습니다)"

13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월스트리트(미국 뉴욕의 금융중심지)'로 불리는 궈마오(국가무역중심)역. 출근 행렬 사이에 한국 학생들이 하나둘씩 더듬거리는 중국어로 자신을 소개한다. 곧 무표정했던 중국 직장인들도 반응을 보인다. 시장조사에 나선 이들은 한중 대학생 창업대전에 출품할 아이템으로 'DIY(Do It Yourself) 향수'를 선정했다. 완제품 향수 대신에 기호에 따라 구슬 형태의 향 성분을 배합해 원하는 만큼 만들어 쓸 수 있는 향수가 모토다.

중국에서 샤넬, 크리스찬 디올 등 브랜드 향수가 인기를 끌면서 향수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많았지만 소비자가 완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제품을 만든다는 DIY 개념에는 대부분이 생소해했다. 학생들은 한 팀을 이룬 중국 교통대 학생 왕위(21)씨와 상의해 DIY 대신 중국어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일일이 설명하는 데 나섰다.

설명을 들은 직장인 후시아오시아오(25)씨는 "평소에 명품 브랜드 향수를 사용하는데 다들 쓰는 것을 쓰다 보니 질린 게 있다"며 "DIY 향수에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후씨는 "중국은 이름 있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강한 만큼 한국의 세련된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캠프 참가자 인덕대 강동현(24)씨는 "한국에서 사전에 조사를 했지만 DIY 개념이 중국에서는 생소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아찔했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서 더 철저히 중국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들은 시장 조사에서 느낀 점을 통해 사업 계획서를 전면적으로 다시 짰다. 강점 분석은 막연히 '저렴한 가격대'에서 유명 브랜드 위주의 중국 향수 시장에서 'DIY 방식의 차별화와 수입 향수로서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체화했다. 발표에 나선 인덕대 3학년 박도경(20)씨는 중국 북경대, 청화대, 북경 교통대, 북경 지질대 등 유수 대학의 교수진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가운데서도 침착하게 중국 내 청년들에게 DIY 향수 아이템의 시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설득해 창업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인 두강 북경 지질대 교수는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 있는 중국 청년들을 정확히 타깃으로 삼았고 아이디어가 신선해 중국에서도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중국 시장조사의 목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이미 한국을 창업 무대로는 좁게 느꼈다. 노인을 위한 힐링 시설을 만드는 건축 동아리 회장인 김재영(24)씨는 "한국에는 이미 모든 부문에 확고한 브랜드가 많이 자리 잡아 청년에게는 문이 좁은데 중국은 여러 연령대 소비자가 열려 있는 것 같다"며 "타깃만 잘 잡으면 아이템을 성공시킬 수 있어 중국 시장에서 창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창업꿈나무들이 창업자로 변신하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인덕대 4학년 배현길(25) 학생은 지난해 창업대전에 참가할 당시 팀을 이뤘던 중국 북경대 박사과정 학생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물고기로봇 게임을 개발해 한국과 중국에서 공동 창업해 '호피플'이라는 사업체를 내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이 창업에서 기회를 찾으려 하는 데는 인덕대 창업지원단의 노력이 컸다. 전문대인 인덕대가 2013년 중소기업청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사관학교식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것은 기적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다. 인덕대에는 전국 대학에서 가장 많은 50개의 창업동아리가 있다. 1990년대 말 전공을 더 깊게 공부하는 전공연구회가 생겨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건축학과의 경우만 해도 접이식 툇마루 등을 개발한 한옥 동아리, 노인 힐링 시설에 집중하는 인덕 디자인 랩, 건축 사진 모형 동아리 등 4개의 창업 동아리가 있다. 50개의 창업 동아리가 창업 꿈나무들을 서로서로 키워주는 셈이다.

지금의 인덕대 창업지원시스템을 구축한 김종부 창업지원단장은 이러한 성과를 두고 '취업 대안형 창업'에 방점을 둔다. 김 단장은 "사실 우리 학생들은 스탠퍼드를 중퇴한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는 아니다"면서도 "앞으로의 창업은 혁신적이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우리의 삶에 효율성을 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덕대 창업지원단에서는 내년 중 중국 내 정보기술(IT) 유수 업체에 학생들의 현장 실습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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