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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술(IT)업체들이 물고 물리는 특허 소송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일주일도 채 안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모토로라를, 모토로라는 애플을 특허 침해로 고소하는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특허 소송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표면상으로는 특허권을 둘러싼 경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등 향후 경쟁 격화가 예고되고 있는 분야에서 특허 기술을 미리 선점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안정된 소프트웨어 부문보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중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특허 분쟁이 집중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스마트폰 OS와 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특허 소송은 IT업계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6일 모토로라는 애플의 대표적 제품인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자사의 특허 18건을 침해했다면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 일리노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모토로라는 애플의 기기들이 자사의 안테나 디자인과 위치기반서비스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모토로라는 불과 3일전에 MS로부터 제소당한 상태다. MS는 ITC와 워싱턴서부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모토로라는 안드로이드폰에서 우리의 특허 침해를 중단해야 한다"며 특허침해를 당한 기술로 전화번호 동기화 등 9개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MS가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폰으로 자사 윈도폰의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에 반발해 전략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송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업체는 단연 스마트폰 업계의 절대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애플이다. 아이폰 등의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애플이 IT업계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다른 업체들의 견제와 질시를 받는 까닭이다. 애플의 특허 소송전은 지난 3월부터 불이 붙었다. 애플은 대만 휴대전화 제조사 HTC가 자사의 사용자환경(UI) 등 특허 20건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HTC는 이에 대응해 5월 애플이 전화번호 관리를 포함한 자사의 스마트폰 특허 5건을 침해했다고 ITC에 맞고소했다. 소송전이 이전 투구양상으로 치달을 것은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HTC 스마트폰은 또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있다. 업계는 애플이 올 들어 안드로이드에 고전하자 HTC를 타깃으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폰에 한참 밀렸던 안드로이드폰는 올해 처음으로 아이폰을 제쳤다. 안드로이드폰의 지난 6개월간 미국의 소비자 점유율이 32%로 애플의 25%를 앞섰다. 애플은 휴대폰 글로벌 1위인 노키아와도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절대 열세에 놓여있는 노키아는 지난 해 10월과 올해 5월 ITC에 "애플이 안테나 설정기술 등을 침해했다"며 잇따라 제소했고 이에 애플도 영국 등에 제소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특허 전쟁은 소프트업계로도 번졌다. 지난 8월 오라클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자사 자바 플랫폼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WSJ은 "IT업체들이 특허소송에 뛰어드는 것은 단순히 특허 기술을 확보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소송을 통해 경쟁 기업의 시장 전망에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재정적인 수익을 확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특허 소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IBM이나 퀄컴 등 일부 기업들은 특허권 관련 사업부서를 별도로 두면서 소송을 수익사업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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