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추진하는 대규모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올해 착공 예정인 8조4,000억원 규모의 9개 민자 고속도로 및 철도 사업 중 7곳은 공사자금 조달에 실패해 ‘올스톱’ 됐고 이미 착공하거나 착공일정이 잡힌 나머지 2곳도 언제 공사가 중단될지 모르는 처지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 등 기간망 확충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정부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착공 예정이던 총사업비 8조3,989억원 규모의 9개 수익형 민자사업(BTOㆍ고속도로 8개, 경전철 1개 구간) 중 금융권의 투자자금을 확보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민자 SOC 사업은 건설사 등이 재무적 투자자인 금융권으로부터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조달하고 운영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공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올해 착공 예정이던 ▦인천~김포 ▦안양~성남 ▦영천~상주 ▦수원~광명 ▦광주~원주(제2영동) ▦서수원~의왕 고속도로와 ▦부산신항 배후도로 등 7개 민자 SOC 사업은 전면 교착상태에 빠져 연내 착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공사에 들어간 창원~부산 고속도로 등 2개 민자 SOC 사업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공사중단 위기에 몰리고 있다. 현대건설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창원~부산 고속도로 현장은 PF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2월 공사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자금난이 심화돼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PF가 이뤄지지 않아 급한 대로 건설업체들이 공사자금을 나눠서 착공하기는 했지만 하루하루 꾸려가기가 버겁다”며 “자금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공사가 중단될 판”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지원에 나선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도 공사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포스코건설 등이 참여한 이 사업은 PF가 안 돼 공사추진이 어려워지자 정부와 서울시가 2,998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전체 사업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포스코건설의 한 관계자는 “공사를 무작정 늦출 수도 없어 일단 서울시 요구대로 오는 4월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총사업비(8,350억원) 규모가 커 자금조달이 계속 미뤄지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민자사업의 수익률은 통상 4~6%선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의 2배나 되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어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시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민자 S0C 사업 대부분이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용어설명 ☞수익형 민자사업= 민간이 직접 자금을 투입해 도로ㆍ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을 준공한 후 일정기간 관리ㆍ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 완공 후 운영ㆍ시설 소유방식에 따라 BTO(Build-Transfer-Operation, BOT(Build-Operation-Transfer), BOO(Build-Own-Operate) 등으로 구분된다. 고정적 임대료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임대형 민자사업(BTLㆍ학교, 기숙사 등)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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