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를 발표한 지난 1일 육해공군 수뇌부를 교체하고 수십 명의 육군과 해군 장교까지 교체하는 군부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군은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관계없는 정기인사라고 못박았지만 야당에서는 미묘한 시점의 인사에 대해 '자격 없는 정부의 월권행위'라며 조기 총선을 거듭 촉구했다. 그리스의 국민투표 선언은 가뜩이나 취약한 집권 사회당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수개월 내 조기 총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만약 파판드레우 총리가 현직을 유지하더라도 심각한 레임덕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2013년 임기를 앞둔 파판드레우 총리는 조기 총선을 막고 정치기반을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감안할 때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제 1야당인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를 유력한차기 총리후보로 꼽고 있다. 당장 4일로 다가온 의회 신임투표는 그리스 운명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밀레나 아포스토라키 사회당 의원은 파판드레우 총리의 국민투표안에 반발해 사회당을 탈퇴하고 무소속을 선언했다. 이로써 그리스 집권여당의 의석 수는 전체 300석 중 152석으로 줄어 간신히 절반에 턱걸이한 상태다. 만약 사회당 내에서 반발표가 3표라도 나온다면 정부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기류는 확산되고 있다. 사회당 소속 에바 카이리 의원은 야당과 거국 내각 구성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의회 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사회당 중진 의원 6명도 총리가 즉각 사임하고 조기 총선을 통한 거국 내각을 구성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회당은 이미 개혁파와 온건파로 대립해 극심한 분열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이 틈을 타 조기총선론에 불을 지피며 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사마라스 대표는 야권 성향 85명 의원의 총사퇴 이후 조기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지만 전문가들은 조만간 조기총선을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리아스 니콜라코풀루스 아테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파판드레우 총리는 당원들이 요구한 거국내각구성, 개각 단행, 포괄적 합의안 도출을 무시한 채 국민투표라는 엉뚱한 카드를 들고나왔다"며 "현 정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NYT도 "시장이 잊을 만하면 그리스의 정치 리스크를 거듭 경험하면서 그리스 디폴트를 점점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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