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8일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산하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한국산 가정용 세탁기의 반덤핑·상계 관세 부과와 관련해 한국 측이 요구한 분쟁패널 설치를 거부했다.
미국 측은 한국이 이의를 제기한 반덤핑 조사 방식 등이 WTO 규정에 부합하는데다 일부 논쟁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조치에 관한 것이라면서 분쟁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국이 당사자간 합의에 실패한 이후 본격적인 재판 절차를 앞두고 분쟁 패널 설치 문제에 대해 또다시 정면 충돌함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올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덤핑 및 정부 보조금 지급 혐의를 인정하고 반덤핑·상계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했으며, 우리 정부는 이에 반박해 지난 8월 WTO에 제소했었다.
ITC는 또 지난 8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한국 등에서 수입하는 전기강판 제품의 덤핑으로 자국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맞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최근 미국 등에서 수입하는 에탄올아민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에탄올아민은 세제·유화제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철저한 이행’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대표보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TPP 실무협상에서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국의 TPP 참가를 위해서는 양국간 통상 현안을 해결하고 한·미 FTA를 완전히 이행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프로먼 대표도 최근 한국이 TPP 협상에 참가할 경우 “TPP가 추진 중인 높은 기준에 맞출 준비가 돼 있는지, 기존 합의의 완전한 이행 등 양자간 우려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혀 공세를 예고했었다.
이와 관련, USTR은 한국의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 절차, 금융정보 공유 제한, 새로운 자동차 탄소세 부과 방침 등을 문제 삼으면서 이를 ‘과도한 무역장벽’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작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외교소식통은 “TPP 협상 참가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이런 통상압력 가능성은 상당부분 예측했다”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 무역장벽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미국이 자국 산업을 위한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