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필리핀에 10만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친 대변인은 이어 "필리핀 및 구호기관과의 협의를 거친 후 추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인력지원 계획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이 내놓기로 한 구호금은 미국의 지원금 2,000만달러의 200분의1, 일본이 발표한 구호금(1,000만달러)의 100분의1에 불과하다. 또 한국이 500만달러, 영국과 호주가 각각 900만달러대의 구호금을 약속하는 등 국력에 비례해 지원규모를 책정해온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상반된다.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었던 베트남도 필리핀에 1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결정했다. 또 세계각국이 구호금과 더불어 의료진, 항공기, 수색ㆍ구조장비, 식량 등을 잇달아 지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은 매우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이 필리핀 지원에 인색한 것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 간 영유권 분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동남아 문제 분석가인 두진펑은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만약 중국이 필리핀을 돕는다면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촉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도 이 같은 규모의 지원금은 '대국'답지 못한 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필리핀 태풍 희생자 지원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영토분쟁이 지원 결정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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