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마스의 뒤를 잇는 3세대 프랑크푸르트학파 철학자로 평가받는 저자가 출간한 책이다. 저자는 헤겔에게 빌려온 '인정(認定) 투쟁' 개념을 발전시켜 다양한 사회 문제 뒤에 감춰진 사회적ㆍ정치적 투쟁의 원인을 밝혀낸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어떻게 무시와 모욕이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폭동이나 봉기의 원인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발생한 '영국 폭동'은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평화롭다고 믿었던 '신사의 나라' 영국이 폭력과 약탈이 난무하는 무법국가로 변했기 때문이다. 폭동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주장들이 나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청년들의 도덕성 붕괴가 폭동을 일으켰다며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가 폭동의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학자들은&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이라며& 분배&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저자는 도덕성 붕괴와 상대적 박탈감을 따로 떼놓고 분석하지 않고 규범적 문제와 사회경제적 문제가 어떻게 결합되고 접합되는지를 고찰한다. 많은 사회 문제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도덕성과 사회구조의 딜레마를 '인정투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일상적인 무시와 모욕이 야기하는 도덕적 분노가 사회적 저항의 동기라고 본다. 인간은 타인의 인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타인의 인정을 받고 타인을 인정하는 지속적 상호인정을 통해 긍정적 자아를 형성시킨다. 그러나 반대로 타인의 무시를 지속적으로 경험할 때 인간은 스스로를 무시하기 쉬우며 이런 부정적 자아 아래에서는 생존에 대한 의지까지도 포기하게 된다. 즉 사회적 무시와 모욕은 자아 정체성에 대한 도덕적 위협이고 이에 대한 심리적 반작용으로 폭동이나 봉기 같은 사회적 투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인정투쟁과 개인의 자아실현이 결코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긍정적인 자기인식을 위해 타인과의 긍정적 인정관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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