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싼 항공권 구매의 달인'이라는 김연주(34)씨는 항공권을 고르는 몇 가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먼저 최소한 여행 2~3개월 전에는 티켓을 예매하고 저비용항공사(LCC)의 특가 세일 티켓을 노릴 것, 마지막으로는 국적 LCC보다는 해외 LCC 티켓에 주목 할 것 등이다. '매의 눈'으로 갖가지 항공권 가격을 비교 분석해 본 결과 특별한 세일이 없을 경우 보통 국적 LCC보다 해외 LCC가 조금 더 싼 편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무래도 국적항공사 비행기를 타면 친숙하고 편하겠지만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가격 아니냐"며 "앞으로는 해외 저가항공사들이 우리나라로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더욱 싼 항공권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들어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보다는 가급적 외국의 LCC 비행기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의 티켓 가격이 해외에 비해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는 싸다는 장점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LCC와 비교해보면 티켓 가격이 그리 저렴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LCC의 항공권 가격은 대형항공사의 85% 수준이지만 해외 LCC는 60%에 불과하다.
실제로 특가항공권을 비롯해 한시적인 특별 할인 혜택 등의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지난 7~9월 성수기 인천-일본 간사이 노선의 항공권 가격(편도 기준)은 대한항공은 49만1,400원, 아시아나항공 48만9,900원이었고 LCC인 제주항공은 42만400원이었다. 제주항공의 티켓 가격은 국내 대형항공사보다는 6~7만원 쌌지만 일본 LCC인 에어피치(31만2,400원)보다는 10만원 이상 비쌌다.
우리나라 LCC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바로 운영비 부담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항공산업발전지원팀의 조사에 따르면 항공사 운영비의 40~50%는 항공유가 차지하는데 대형 정유사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형항공사에 배럴당 3.5센트에 항공유를 제공하지만 소량으로 항공유를 사는 LCC에는 이보다 1센트에서 1.5센트 비싸게 항공유를 팔고 있다.
또 대형항공사는 구매 후 15일 이후에 결제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지만 LCC는 돈을 미리 내거나 구매할 때 바로 내야 항공유를 공급한다. 재무구조가 열악한 LCC에 비싼 항공유를 대주고 돈을 받지 못할 경우 정유사로서도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사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항공사들의 보이지 않는 텃세와 견제도 LCC 운영 환경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대형항공사들이 나날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LCC에 계열사 서비스를 제공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산공항이다. 군산에는 하루에 제주도로 가는 대한항공과 LCC인 이스타항공의 항공기다 딱 두 대가 뜬다. 항공기가 착륙하면 청소나 정비, 급유 등을 서비스하는 '지상조업' 업체가 필요한데 대한항공은 계열사를 사용하고 있고 이스타항공은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어 인력도, 장비도 2중으로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가 두 대뿐이니 같은 업체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 효율적이겠지만 대한항공에서 자신의 계열사와 경쟁 항공사가 계약하는 것을 반기지 않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국내선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LCC를 지원하기 위해 2015년까지 항공유를 공동구매 해 기존보다 싼 가격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공항공사가 직접 지상조업 서비스를 제공해 항공편이 적은 지방항공에 LCC가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8월22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안 의원은 "자본력이나 규모가 작은 국내 LCC가 해외 LCC와 경쟁하려면 운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LCC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침체된 지방공항도 활성화 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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