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면 흔히들 종교를 떠올린다. 이스라엘의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태어나 '성지'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종교 갈등에서 비롯된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역시 이스라엘하면 종교를 생각나게 한다.
책은 종교의 성지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기업, 즉 '벤처 기업'의 성지로 재해석한다. 한국의 경상도만 한 국토의 60% 이상이 사막인, 천연자원도 풍부하지 않은 이 나라에서 스타트업은 비즈니스를 넘어 하나의 문화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은 미국 나스닥에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이 상장되어 있다. 다국적 기업에 인수합병 돼 벌어들이는 자금은 연간 8조 원이 넘는다. 매년 500개의 신규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이들에게 연간 2조 원 규모의 투자가 쏟아지는 나라.
책은 사회, 문화, 제도, 교육 등 각 영역을 통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장 동력을 찾는다. 예컨대 이스라엘에선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보다 좋은 군대에 가라'는 인식이 있다.
그만큼 이 나라의 군대는 단순히 국가를 위한 봉사 개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직이다. 제대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최대 70일까지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고, 국가 펀드를 통해 창업 목적으로 약 100만 세켈(한화 3억 원)까지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군 복무 연수에 따라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도 제대 후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실제로 이스라엘 엘리트 부대라고 불리는 '탈피옷'과 '8200 부대' 출신이 제대 후 공동창업해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많다.
15년간 이스라엘에 거주한 바 있는 저자는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의 사례를 통해 '제품과 브랜드의 철저한 현지화', 정답이 아닌 다양한 접근방식을 모색하는 이른바 '하푸크 알 하푸크(반대에 대한 반대)' 사고 등을 소개하며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문화를 꽃피운 배경을 알아간다.
지금 한국이 본받아야 할 점은 무엇일까. 고교생 때부터 30년간 개발·창업에 몸담은 기업인을 만난 저자가 남긴 짧은 메모가 정답이 될 듯하다. "대한민국 창업환경이 나빠서 창업하기가 어렵다기보다는 스스로 찾아 나서지 않으며 인생을 이끌어가기보다는 이끌려가는 패러다임에 안주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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