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태어난 황금돼지띠 아이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과밀학급, 과도한 입시경쟁 등 우려됐던 문제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거나 직장을 구할 때 등 삶의 매 순간 치열한 경쟁 구도에 내몰리게 되면서 교육과 보육 환경의 질적 저하와 유휴인력 증가 등 사회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4일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약 48만명가량으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많으며 지난해보다도 10%가량 증가했다.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10년 47만6,291명에서 2011년 45만7,957명, 2012년 42만2,242명 등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43만6,621명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전국에 걸쳐 초등학교의 입학생 수가 늘어났고 증가인원은 지역별·학교별로 상당한 편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게는 38%까지 입학생 수가 늘어난 학교도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서울의 언북초등학교와 신천초등학교는 각각 20명과 50명 증가했다. 수원 팔달초등학교도 10%가량 늘었다. 팔달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이언주(44)씨는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만 해도 1학년 학급이 5개였는데 이번에 둘째 아이를 보낼 때 보니까 학급 수가 7개로 늘어났다"며 "주변에 다른 학교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1학년 반이 보통 2~3개씩 증가했다"고 전했다.
학생 수 증가에 따라 학급을 늘릴 수 있는 학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적지 않은 초등학교는 학급을 늘리지 못해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정명숙 유석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 교육은 이론교육보다 생활지도·인성교육·체험(활동)교육 위주라서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며 "저학년일수록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주는 등의 근거리 교육이 중요한데 학생 수가 많아지면 고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실확장·증축 등의 필요성도 제기했지만 이는 예산과 관련된 문제라 단위학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 시설의 미비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회 곳곳이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야단이지만 유독 황금돼지띠의 입학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사립초등학교 입학 경쟁률이 높아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사립초등학교의 평균 경쟁률은 2.4대1로 지난해 2.07대1보다 높았다. 서울 계성초등학교와 신광초등학교의 신입생 경쟁률이 6대1을 넘기기도 했다.
사실 이들이 경쟁에 내몰리기 시작한 시점은 어머니의 배 속에 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금돼지띠 자녀를 둔 박민주 산업인력공단 선임연구원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당시 산모가 많아 출산 대기시간이 상당히 길었다"고 회상했다.
보육도 힘들었다. 박 선임연구원은 "대기시간이 길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건 꿈도 못 꿨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배정 받은 학교는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고 하는데 그 인원이 40명으로 제한돼 있다"며 "돌봄교실을 신청했다 떨어지면 또 추가 비용을 치르고 아이를 학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늘어난 학생 수로 인한 과도한 경쟁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심연식 강남마이맥대성 교무실장은 "황금돼지띠들은 앞으로 입시와 취업에서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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