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광고시장 서열 2, 3위인 옴니콤과 퍼블리시스가 합병에 합의해 매출 230억달러(25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광고공룡' 탄생을 예고했다. 독과점방지 규제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모바일시장 팽창으로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광고시장에 또 다른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27일(현지시간) 세계광고시장 2위인 미국 옴니콤과 3위 프랑스 퍼블리시스가 동등한 조건으로 합병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옴니콤과 퍼블리시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168억달러와 157억달러로 양사가 합치면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광고사인 WPP(242억달러)를 가뿐히 제치는 시총 325억달러의 공룡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매출 기준으로도 옴니콤은 지난해 142억달러, 퍼블리시스는 88억달러를 각각 기록해 두 회사의 매출 합계는 업계 1위인 WPP(156억달러)를 앞지르게 된다.
옴니콤과 퍼블리시스는 각각 TBWAㆍBBDOㆍDDB와 사치앤사치ㆍ레오버넷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광고대행사를 거느린 거대기업으로 존 렌 옴니콤 최고경영자(CEO)와 모리스 레비 퍼블리시스 CEO가 향후 1년 이상 합병기업의 공동 CEO를 맡을 예정이다.
두 거대기업 간 합병은 업계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수익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글로벌 광고업계에는 수요 대비 너무 많은 공급자들이 진출해 업체들 간의 출혈경쟁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피보탈리서치그룹의 브라이언 와이서 애널리스트는 "굵직굵직한 광고기업들마저 과도한 경쟁으로 적정가격을 밑도는 값에 일반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서 "이번 합병으로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합병기업은 시장에서 높아진 지위를 이용해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합병기업의 미국 내 점유율이 40%까지 올라가 현재 1위인 WPP의 2배에 달할 것이며 세계광고시장 점유율도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디지털미디어와 신흥국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두 회사가 손을 잡음으로써 신시장 개척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NYT에 따르면 퍼블리시스는 향후 5년 안에 전체 매출의 75%를 모바일 등 디지털미디어와 신흥국에서 거두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이미 매출의 3분의1을 디지털 부문에서 내는 등 일명 '미래 광고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옴니콤 또한 디지털광고 부문으로 사업의 주안점을 옮기는 등 양사 모두 미래시장 개척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이번 합병이 최종 타결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미국과 유럽연합(EU)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한 양사가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합병성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일례로 퍼블리시스는 코카콜라, 옴니콤은 경쟁사인 펩시의 광고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과 프랑스 기업의 서로 다른 문화를 극복하고 통일된 성장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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