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수전 손택(1933~2004)이 1978년 6월과 11월, 파리와 뉴욕에서 미국의 대중문화지 '롤링스톤'과 진행했던 총 12시간의 인터뷰를 그대로 '옮겨 적은' 책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1978년은 손택이 에세이집 '사진에 관하여'로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던 시기인 동시에 유방암으로 투병하는 동안 구상했던 역작 '은유로서의 질병', 여덟 편의 단편소설 선집인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의 출간을 앞둔 시점이었다. 나이는 마흔다섯. 손택이 컬럼비아대학에서 강의하던 시절부터 매혹됐고, 줄곧 그와의 인터뷰를 꿈꿔왔던 저자는 이 1978년이야말로 인터뷰를 할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대화는 앞서 언급한 세 권의 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손택은 책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카프카'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빌 헤일리 앤 더 코메츠' 등 자신이 푹 빠졌던 락앤롤 뮤지션에 대해서도 말한다. 글쓰기에 대한 지론과 자신에 영감을 주는 도시들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성과 사랑,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제들을 넘나들며, 사소하고 사적인 이야기들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다.
해당 인터뷰는 1979년 10월 4일 자 롤링스톤지에 실리긴 했지만,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숨겨뒀던 3분의 2가 이 책을 통해 35년 만에 공개되는 셈이다.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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